온코크로스는 2015년 설립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업체다. 지난해 암 증식 및 전이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 특허를 획득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나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약물에 대해 국내외 제약사와 협력 연구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해 정부의 R&D 과제를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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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재무상황 열악해도 역량 있으면 R&D 기회 부여
먼저 신청 단계에서는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등 재무 상황이 열악해도 충분한 역량이 있는 기업들을 위해 재무적 결격 요건을 철폐한다. 사업계획서는 실적과 성과 중심으로 기입토록 해 작성 분량을 대폭 축소한다. 이같은 신청 단계의 개선방안은 5억원 이하 과제에 우선 적용하고, 5억원 이상 과제는 추후 확대할 방침이다.
선정 과정에서는 ‘성과 없이 반복적인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기업’, ‘연구비 착복과 허위거래 등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은 철저히 검증한다. 또, 기업의 성장 관점에서 R&D를 바라보고 선행연구와의 연속성 및 시너지가 인정되면 과감하게 지원한다. 동시에 정성지표도 폭넓게 인정해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고르게 돕는다.
수행단계에서는 기업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도 보장한다. 중기부는 환경변화에 적기 대응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 변경을 전문기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사전승인’ 방식에서 ‘사후통보’ 방식으로 전환한다. 기술적·경제적 환경이 변화돼 특정 과제의 계속 수행에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제재 없이 중단하는 절차도 함께 마련한다.
인건비·재료비 등 직접비는 사용범위 내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변경 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다만, 정부가 연구비 사용의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는 만큼 기업은 정산 단계 시 연구비 사용처, 내역, 과제수행 관련성 등을 충분히 소명하게 된다.
R&D의 책임성도 강화한다. 특히 인건비 유용 또는 허위거래로 연구비를 착복하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과제 평가시 강도 높게 반영한다. 부정행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대표자와 연구책임자의 추적 관리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다만 현행 전액 환수 대상인 보고서 제출 기일 위반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나 불가피한 기업의 경영악화로 인한 과제 중단은 제재에서 삭제하는 등 제재조치를 합리적 수준으로 개편한다.
종료 단계에는 R&D 완료 후 ‘우수·보통·미흡·극히 불량’ 등 4단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우수’ 과제 선별기준을 명확히 하고,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R&D 과정에서 축적되는 지식은 큰 자산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연구노트 작성도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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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R&D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날 분야별 우수 중소기업 및 R&D 전문가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대체로 중기부의 정책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심사의 전문성 강화 등 일부 부분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이사는 “심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다른 모든 부분을 합친 것만큼 영향력이 있다”며 “심사 조직이나 절차를 전향적으로 개선하고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석학,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해서 다양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갖춰진다면 국가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준용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역시 “대부분 R&D를 평가하면서 며칠 전에 연락이 와 참석이 가능하냐고 묻는데 전문성이 있는 심사위원들은 이미 다른 선약으로 참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체계를 잘 잡아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미리부터 계획을 잡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에 중기부는 중장기적으로 심사위원 풀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기업 역량도 계량화해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도 고심 중이다.
이밖에 과제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막기 위해 과제 계획서에 이전 수행했던 과제와 새로 시작하려는 과제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R&D 과제를 통해 사업적인 성과를 이뤄낸 기업에 대한 가점을 주는 방안도 제기됐다. 바뀌는 제도에 대해 해당 기업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홍보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제도혁신 방안은 파격적 제도 개편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어 제도 운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혁신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10대 초격차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미래 국민경제를 책임질 기술 기반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