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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저격한 이란제 ‘자폭드론’…對이란 제재 움직임 확대

김상윤 기자I 2022.10.18 17:11:09

이란 ‘모르쇠’ 하지만…우크라이나 곳곳에 잔해 발견
자폭드론…美적대감을 가진 이란-러시아 동맹 상징
美 "이란 추가 제재 필요..무기 판매 어렵게 할 것”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가 ‘자폭 드론’이라는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격으로 임신부를 포함한 민간들이 대거 사망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러시아의 드론이 이란산이라는 의혹이 커지면서 러시아-이란의 결속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드론.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자폭 드론’으로 불리는 이란제 샤헤드-136을 격추하면서 이란이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공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AFP)


◇자폭드론, 미국 적대감 가진 러시아-이란 동맹 상징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응급서비스는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2명은 임신 6개월의 임신부 등 젊은 부부로 밝혀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전쟁범죄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에서 이란산 자폭 드론(Shahed-136)에 의한 공격으로 전술을 바꾸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미사일과 드론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드론을 공급받아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돌아가던 전쟁 양상을 반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지만 키이우와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이란제 드론의 잔해가 발견되면서 이란의 드론 공급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드론은 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 격추하기 쉽지만, 러시아군이 많은 수의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작전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서 “무기가 매우 부족한 러시아에 이란이 드론 등을 공급하면서 양국의 협력 관계가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특히 ‘자폭 드론’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바탕으로 한 러시아와 이란 간 동맹을 상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위기, 국제적 고립, 서방과 갈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 국가가 미국을 큰 적으로 상정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고 있고, 러시아는 징병문제를 비롯해 전쟁 정당성에 대한 자국민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드푸어는 “궁지에 몰린 두 독재 정권 간의 협력 관계가 맺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영토 분쟁 등으로 과거 적대관계였지만, 2011년 시리아 내전을 분기점으로 수년간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반군 편을 든 서방에 맞서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군사적 지원에 나섰다. 이란의 핵 개발 문제로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자,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원하는 러시아가 이란 편에 서기도 했다.

이란-러시아 관계 전문가인 마흐무드 쇼오리 이란 유라시아연구소 부소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동맹국인 이란은 막강한 군사적인 파워를 갖고 있고,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에 무기를 팔 수 있는 능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이란을 고립시키려던 서방의 압박이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소방당국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난 빌딩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AFP)
◇“이란 제재 가할 때..무기 판매 더욱 어렵게 할 것”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의 공격이 거세지자 서방의 규탄 목소리는 러시아와 함께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며 “러시아 연방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에 제재를 가해야 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도 민간인을 사살한 드론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규탄하며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은 러시아에 무인기(UAV) 판매를 계획 중이었고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드론을 사용한 광범위한 증거가 갖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러시아와 이란 간 무기 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고, 이란의 대 러시아 무기 판매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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