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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임박…벌벌 떠는 건설업계 “처벌 강화 능사 아냐”

김미영 기자I 2021.07.09 19:02:00

정부, 9일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예고
“근로자 한명씩 따라다닐 수도 없고…”
“처벌 강화, 중견건설사도 존폐 위기 몰릴 수 있어”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부가 9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건설업계에선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전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사고 사업장에 대한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란 반응이 많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하는 장상윤 사회조정실장(연합뉴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행령이 예고됐단 얘길 들었지만 무서워서 확인하지도 못하겠다”며 “안전사고를 늘 경계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강조하지만 조심해도 사고가 나는데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회사 대표에 책임을 물으면 안전에 관한 투자가 더 늘고 안전관리가 강화될 것이라 보는 것 같지만, 예방 효과를 얼마나 낼지는 의문”이라며 “중견건설사만 해도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나면 회사의 존폐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시행령 제정안 중 강화된 처벌 규정이 특히 큰 부담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 제정안엔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산업재해가 생기면 사망 시엔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법정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부상·질병 시엔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 이하로, 5년 이내에 재범시엔 150%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뿐 아니라 법인 등 업무 주체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 규정으로 △사망 시 50억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 시 10억원 이하 벌금을 명시했다. 경영책임자 등의 고의·중과실로 중대산재 등이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묻도록 했다.

끼임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인한 중대산재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설업계에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산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그래서 많이 바뀌어왔다”며 “투자도 늘리고 인식도 바뀌었지만 사고가 계속 나고 있으니 법 시행 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법 시행된다고 중대재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예방 노력을 더 해야 하는데 처벌만 강화하려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한 명씩 따라다니면서 감독할 수 없고, 안전장비를 다 갖춰도 발생하는 게 사고”라며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시공사에서 책임지라고 한다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한건설협회에서도 성명을 냈다.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개진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법률의 모호성이 커지고, 기업 부담이 커졌단 주장이다. 협회는 “경영책임자 범위에 대한 구체화라든가 모호한 법률규정의 명확화 등이 시행령에 담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대상의 경우 시평순위 50위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고 했으나 200위를 고수했다”면서 “시평순위 200위 정도는 본사 근무인력이 10명 안팎에 불과한데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대로 시행되면 선의의 피해자 내지 범법자만 잔뜩 양산할 공산이 매우 크다”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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