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점 논란 휩싸인 메모리…내장형 AI로 신규 수요 확보
삼성전자가 내장형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척에 나선 이유는 내년 이후 슈퍼 사이클 흐름이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매출 기준)은 올해 1321억 6500만 달러(약 150조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 1205억 5000만 달러, 2020년 1176억 7000만 달러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가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D램 시장 규모는 2018년 1034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9년 1015억 달러, 2020년 989억 달러로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 이후의 수요 감소에 대비, 2020년까지 IoT으로 연결된 모든 자사 제품(연간 5억대 규모)에 AI 기능을 탑재할 방침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에 문을 연 6번째 글로벌 AI센터에서 연구할 로보틱스 분야도 향후 내장형 AI와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AI 확대 전략의 핵심은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고도 제품 자체에서 구현되는 내장형 AI 기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AI센터가 연구하고 있는 이 기술은 각 제품이 서버 연결 없이 개별적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할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메모리가 거의 쓰이지 않는 TV·생활가전 영역까지 수요 확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소비자 가전시장은 연간 1300조원 규모로 이 중 TV·생활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0조원(30%)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PC 수요 증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등 서버용 메모리가 현재 시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도 호황이 지속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냉장고 등 생활가전에 내장형 AI 탑재가 이뤄진다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버 없는 탈중앙화로 블록체인 접목도 가능
삼성전자의 내장형 AI가 메모리와 결합해 다양한 디바이스와 IoT로 연결되면, 탈중앙화 된 P2P(Peer To Peer·개별 기기 직접 연결 및 공유) 형태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120GB(기가바이트) 용량의 메모리가 탑재된 디바이스 100대를 묶으면 12TB(테라바이트) 서버를 공유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 이런 탈중앙화 방식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면 AI 기술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모든 기기에 메모리를 탑재해 서버 없이 연결되는 형태라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조건에는 부합한다”며 “블록체인은 생성된 정보의 수정이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런 방식이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