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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의견 동의 못해”…英브렉시트부 장관 8일 사임(종합)

방성훈 기자I 2018.07.09 14:50:54

英브렉시트 ''얼굴'' 데이비드 데이비스 돌연 사퇴
"메이, 조언 듣지 않아"…브렉시트부 차관도 동반 사퇴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에 반발…"협상 테이블 못 앉겠다"
英정부 혼란…강경파 "총리 바꿔 하드 브렉시트로"

△지난 8일 테레사 메이 정권의 브렉시트 온건주의 정책에 반발하며 사퇴한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방성훈 정다슬 기자] 영국 정부가 혼란에 빠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맡아왔던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8일(현지시간) 동반 사임해서다. 데이비스 장관은 2년 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해 왔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렉시트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데이비스 장관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이어질 브렉시트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영국은 탈출(exit)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력이 약해지고 EU에 더 많이 양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데이비스 장관의 사퇴는 메이 총리의 고문인 올리 로빈스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급부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 동안 협상을 주도해온 것은 그였으나 최근 수개월 동안 로빈스의 역할이 점점 확대됐다. 이 때문에 데이비스 장관과 메이 총리는 자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이 총리가 지난 6일 발표한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도 로빈스가 작성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농산품 상품 교역을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부문 협정 추진 ▲영국-EU 간 거주 및 이동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이 담겼다. 당초 계획보다 크게 완화된 이 전략을 토대로 메이 총리는 내각 합의를 이끌어냈다. 데이비스 장관은 발표 직전까지도 새로운 계획안을 가지고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며 메이 총리를 설득했으나 끝내 묵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 장관의 사퇴는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반대하는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 이에 따라 9일 예정된 메이 총리의 의회 연설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상품 무역과 관련, 영국이 EU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EU로부터의 완전한 탈퇴, 소위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는 강경파 의원들은 데이비스 장관의 사임에 지지를 표하는 한편, 총리 교체 선거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다른 장관들의 줄사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외신들은 데이비스 장관의 사임으로 가뜩이나 약해진 메이 정권의 힘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와 BBC 등 영국 언론은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해 왔던 주요 인사들의 공백은 브렉시트를 추진중인 메이 총리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P통신도 “데이비스 장관의 사임으로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 의원들이 더욱 과감하고 강력하게 메이 총리의 정책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대한 의회 비준동의를 받으려면 당장 오는 10월까지 EU와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리더십 부재로 향후 브렉시트 연착륙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취임 후 실시한 총선에서 원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며 이미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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