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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과목의 수업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시험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학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교수가 수업을 들은 학생에게 학점을 부당하게 준 혐의로 긴급체포를 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 교수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본명 류철균으로 양귀자 소설평론 ’유황불의 경험과 리얼리즘의 깊이‘를 기고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류 교수가 문단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1992년에는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필명 이인화로 발표하면서부터다.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공지영과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작가는 “실재와 모방의 경계를 무너뜨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도입한 작법”이라며 “기존작품을 변형시키되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차용범주에 드는 혼성모방 기법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류교수는 자신의 실명으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평론을 발표해 이른바 ‘셀프 평론’이란 비판도 받았다.
류 교수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필명 이인화로 1993년 발표한 ‘영원한 제국’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정조 독살설을 모티브로 한 ‘영원한 제국’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문열 작가 등의 호평 등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원한 제국’은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류 교수가 박사 학위 없이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전임강사로 초빙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류 교수는 1997년 3부작으로 완성한 소설 ‘인간의 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대의 영웅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고려 충렬왕 때 사람인 안현을 소재로 한 ‘시인의 별’로 2000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적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후 류 교수는 2003년부터 게임 리니지 서버에서 지속된 ‘바츠 해방전쟁’ 참전을 시작으로 디지털 세계의 여러 변화와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며 이대 내 디지털미디어학부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공저로 ‘디지털 스토리텔링’,‘디지털 콘텐츠 스토리 모티프 DB 연구’ 외에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등의 저서가 있으며 ‘한국 온라인 게임 스토리의 창작방법 연구’,‘가상 세계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등의 논문을 썼다.
필명 이인화(二人化)는 염상섭 소설 ‘만세전’의 주인공에서 따왔다. 작가 이인화와 평론가 류철균이라는 두 인격의 표현이기도 하다. 결국 두 인격처럼 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운 ‘이중인격자’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