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조용석 기자]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8000억대 기업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석래(80) 효성그룹 회장의 선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파기환송심 등을 통해 법원이 기업회생을 위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관대한 처벌’을, 개인 치부를 위한 경제범죄는 ‘엄격한 법 적용’을 보여준 만큼 효성 재판에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실형 선고 이유로 이 회장이 재벌총수라는 지위를 앞세워 개인의 이익을 도모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세금을 포탈해 조세정의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엄중질책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조 회장은 재판부가 개인을 위한 범죄가 아닌 기업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창영)는 내년 1월 15일 오후 2시에 조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조 회장의 비리액수가 분식회계 5000억원, 탈세 1500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0억원 등 모두 약 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회사자금의 개인유용’과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 없음’을 이유로 들었다.
효성 측은 분식회계 등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개인의 치부를 위한 행위가 아닌 회사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IMF 당시 부실했던 계열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실자산을 털어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분식회계를 통해 조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얻은 것은 없고 모두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집행유예를 달라”고 했다
세금포탈 역시 고의성 없는 행위였던 만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악의적 방법이 동원되지 않은 세금 미납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세금 미납에 대한 벌은 행정질서법에 따라 가산세 등으로 처벌을 받았고 이미 모든 세금을 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