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과 부산을 오가는 시내버스 기사 이수호(28)씨는 5년 전 처음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이씨를 제외하면 20대 버스기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젠 20~30% 정도는 청년 버스기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원래 20대를 채용하지 않던 버스회사들이 많았는데 인력난 때문인지 이제는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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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같은 지역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허성범(28)씨도 2년 전 일을 시작했다. 당시 허씨 회사에는 20대가 4명이었는데, 2년 사이에 10명 넘게 늘었다.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운전석에 앉은 허씨를 본 학생들이나 어른들이 “젊은 사람이 있다”며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허씨는 “‘형님, 형님’하고 부르던 분들이 이전에는 최소 40대 중반이었는데 요즘에는 제 또래도 많고 30대 초반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의 버스 업체에 다니는 정모(53)씨도 “5년 전만 해도 20대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많으면 20~30%까지도 20대와 30대가 버스기사로 일한다”고 전했다.
최근 높아진 취업 문턱과 버스 유관기관의 홍보가 맞물리며 청년 버스기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버스업계는 지난 2020년을 전후해 군 장병들에게 버스운전직을 홍보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력난에 직면한 버스업계가 채용 연령을 낮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순경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이전에는 35살, 40살 등 나이 제한을 높게 두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부분 20대로 턱이 낮아졌다”며 “인정하지 않던 군대 운전병 경력을 인정하는 업체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버스 기사 수급이 수년째 업계의 고민인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관심은 고무적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버스 운전자 수는 2019년 8만 9980명에서 지난해 8만 5417명으로 감소했다. 결국 노선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는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어 노선이 줄어든다면 서민의 이동권이 제한된다”며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박사는 “버스 기사 양성센터를 전국에 늘리거나 운전 면허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대형면허 소지자가 돼도 운전 경험 1년을 요구하는데, 그것 대신 의무교육 기간을 두고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