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다투다 결국 인수 불발…기약 없는 쌍용차 정상화

권소현 기자I 2022.03.28 15:54:45

본계약 전부터 양측 강대강 대치
"자금력 의문" vs "경영진 문제"
해지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법정공방 예고
회생계획 인가 시한까지 7개월…재매각 시간 촉박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쌍용차(003620)의 인수합병(M&A)이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인수 무산 원인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쌍용차 측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애초부터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인수에 뛰어든 결과라고 보고 있고, 에디슨모터스 측은 인수인을 탐탁지 않아 하는 쌍용차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내부 문제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 본계약 체결 전부터 팽팽했던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결국 인수 불발로 귀결됐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의 투자계약 해지 통보에 대해 에디슨모터스 측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쌍용차 정상화는 더 멀어지게 됐다.

에디슨 모터스 (사진=뉴시스)


◇ 정상화 마지막 관문 회생계획안 두고 엇갈린 주장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측에 투자계약 자동 해제를 통보했다. 투자계약서상 3월25일까지 에디슨모터스가 잔여 인수대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했으니 자동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이란 설명이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당초 4월1일로 예정됐던 채권단 관계인 집회를 5월23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고, 아직 서울회생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쌍용차 측이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해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잔여 인수대금은 관계인 집회 5영업일 전까지 납부하면 된다.

반면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가 미리 투자자 모집 등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만큼 의무 불이행이라고 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관계인 집회 연기 요청 사유로 제시한 쌍용차의 상장유지 불확실성 등은 예상됐던 사안인데다 투자계약의 전제조건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회생절차 졸업의 마지막 관문인 회생계획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상거래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담긴 변제율 1.75%에 반발하자 지난달 21일, 이달 11일 두 차례 협의를 통해 실질변제율을 최소 8.9%대까지 높이는 방안을 합의하고 회생계획안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정작 쌍용차 측이 수정안에 대해 협의하지 않아 시간만 흘렀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관계인 집회 기일이 정해진 이후 채권자 등을 설득하기 위해 변제율을 높이는 내용의 수정 회생계획안을 준비하는 등 회생계획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거래 채권단이 낮은 변제율 때문에 납품거부까지 고려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관계인 집회를 연기하더라도 최종 부결되면 회생절차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차라리 새 주인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자금력 의문” vs “경영진 문제”…주도권 다툼 끝은 불발

양측은 본계약 체결 전부터 기싸움을 벌여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월에 쌍용차 경영진이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법원에 참고서면을 제출했고 에디슨모터스 측이 추천한 공동 관리인을 선임해달라는 요청서를 내기도 했다. 본계약 체결 후에도 현재 관리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교체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중재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과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이 회동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회생계회안 마련과 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고, 결국 인수 무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과 기술력에 의구심을 표하며 애초 인수 적임자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4일 발행된 소식지에서 “지난 4차례에 걸친 3자 실무협의를 통해 확인된 운영자금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했다”며 “정해진 기한 내 컨소시엄을 확정하지 못한데다 21일 운영자금 200억원도 입금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부문에서도 상용차 관련된 전기차 기술은 확보돼 있지만 승용, SUV에 적용할 전기차 기술개발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유앤아이(056090)에디슨EV(136510)를 통해 인수대금 일부를 마련하고 KCGI 등 사모펀드를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시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에디슨EV는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고,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도 넘긴 상태여서 자금조달 여력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 내부 경영상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인수잔금 2743억원 외에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단위의 운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상거래 채권단을 설득하기 전에 섣불리 잔금을 넣기는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강성인 노조도 걸림돌로 꼽았다.

에디슨모터스 측 관계자는 “인수 후 상거래 채권단인 협력업체들이 부품 납품을 거부하거나 노조가 미지급 임금을 빌미로 쟁의를 일으키면 회사가 망가질 수 있다”며 “채권단이 M&A의 생리를 알면서도 50%를 현금 변제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노조가 약 70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 임금을 인수 후 한 달 내에 지급해달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 청산이냐 재매각이냐…법적공방에 안개만 자욱

쌍용차가 밝힌 대로 당장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이날 쌍용차를 대상으로 법원에 투자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양측간 법정공방은 불가피하게 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아울러 쌍용차 관리인 교체도 다시 요청할 방침이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법원에 요청한 기업결합변경신청건에 대해 이날 법원이 29일까지 변경신청하라고 승인했다”며 “그럼에도 쌍용차가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관리법원과 절차,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쌍용차는 지난해 29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매출액과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수소차로 전환하는 가운데 쌍용차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 생산에 머물러 있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원매자를 찾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시간도 제한돼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한 만큼 법정 인가 기한인 1년6개월 내에 새 주인을 찾아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한다. 오는 10월14일까지 매각 대상을 새로 찾아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지 못하면 회생계획은 폐지되고 쌍용차는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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