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디카르고' 유통량 조작 논란…또 드러난 공시 허점

김국배 기자I 2021.11.10 18:09:28

투자자 공지없이 물량 발행…유통량 조작설까지 나와
업비트 "계획대로 발행, 문제 없어", 디카르고는 사후 공지
"디지털 자산 관리 감독원 등 사후 책임 묻는 시스템 마련돼야"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암호화폐 ‘디카르고’가 유통량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시세와 연관되는 유통량 변경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제때 공시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공시 제도가 없는 암호화폐 시장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카르고 물량이 공지없이 발행된 후 특정 거래소에서 업비트로 대량 이동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디카르고 개발팀이 차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최근 디카르고 가격은 카카오페이 상장 소식에 급등했었다.

(사진=디카르고)


디카르고는 블록체인 기반의 개방형 물류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카카오페이 배송 파트너십으로 주목받았다. 10월 중순만 해도 170원대였던 디카르고 가격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 전날인 지난 2일 320원까지 올랐다. 디카르고는 다시 폭락해 현재는 19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논란이 일자 업비트는 디카르고에 소명 자료를 요청했다. 업비트 측은 “디카르고의 물량은 계획대로 발행됐는데, 공식 채널에 공지가 안 됐다”며 “유통량 변경에 관한 얘기가 없으니 커뮤니티 등에서 오해가 쌓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카르고는 이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통량을 공지했다.

디카르고의 공지로 이번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공시 제도가 부재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업비트의 경우 지난 4월 기존 공시 제도를 중단하면서 각 암호화폐 프로젝트 측이 자유게시판에 직접 정보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 구조에선 사실상 어느 쪽에도 공시 의무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자산 관리 감독원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가 일차적으로 상장 코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업비트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에 업비트가 디카르고에 취한 조치는 “제때 공지해달라”는 당부가 전부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사전에 프로젝트팀과 거래소가 공급 물량을 시기별로 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번 사태를 업비트가 몰랐다며 상장 관리가 허술하다는 뜻”이라며 “디지털 자산 관리감독원 등 전담기관 신설을 통해서 반드시 사후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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