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할 한국예탁결제원, 펀드 자금을 신탁받아 운용한 기업은행이 충분히 사태를 미연에 파악하고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감독기구의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소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일반투자자들에게 비대칭적인 정보를 제공, 사기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감독기관들의 운영부실이 있지 않았는지 면밀하게 살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한 옵티머스 사태다.
실제 감사결과, 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 사모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설립보고했지만, 일반회사채에 투자 가능한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옵티머스가 펀드를 부당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금감원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2018년 심지어 국회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지만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옵티머스가 펀드 자금으로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하고 그 과정에서 횡령이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제보에도 금감원은 검찰과 금융위가 해덕파워웨이에 대한 수사·조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사 없이 종결처리했다. 그러나 검찰과 금융위가 해덕파워웨이에 대해 수사·조사하고 있던 것은 다른 혐의였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부실운용을 발견했음에도 늑장대응으로 이들이 횡령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다 주기도 했다. 금감원은 2020년 5월 옵티머스에 대한 서면검사에서 펀드자금 400여억원을 대표이사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하고 사모펀드 신규 자금으로 기존 사모펀드를 환매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 담당 팀장은 수사기관 통보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고 하지 않았다. 현장검사는 서면검사가 종료된 지 23일이 지난 2020년 6월 22일에서야 실시됐는데 그 기간 옵티모스는 300억원짜리 펀드를 추가 설정해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이 소유한 회사의 사모사채를 매입했고, 그 과정에서 옵티머스 관련자들이 펀드자금 200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금감원의 감독 부실에만 연유한 게 아니었다. 큰 그림을 그린 것은 옵티머스이지만, 부당한 운용지시를 수용한 것은 예탁원과 기업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옵티머스 측의 요구에 따라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작성했다. 기업은행은 신탁계약(집합투자규약)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만 투자하게 돼 있는데도 옵티머스 지시에 따라 사모채권을 매입했다.
옵티머스가 엉뚱한데 투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산명세서에는 ‘한국토지주택 매출채권’ 등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 투자되고 있는 것처럼 기재돼 있는 것은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대표적인 옵티머스 투자처인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7년 5월 8일부터 2018년 11월 15일까지 펀드자산명세서를 매일 수령했다. 그러나 애초에 잘못 기재된 명세서를 가지고 부실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옵티머스 사모펀드 주된 판매처가 된 NH투자증권 역시 펀드가 안전한지 문의해오는 투자자들에게 집합투자재산명세서를 토대로 펀드가 안전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옵티머스 등 자산운용사에 대한 검사 및 상시감시 업무를 한 금감원 직원과 제보를 받고도 이를 주관적으로 종결처리한 금감원 직원에 대해 정직 처분을 권고했다. 또 해당 직원의 상사인 팀장(부국장)과 국장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할 것을 금감원장에 권고했다. 자산명세서를 잘못 기재한 예탁원 직원 역시 정직처분을 될 전망이다.
다만 이외 금감원 관련자 16명은 주의 처분에 그쳤다.. 기업은행 역시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라는 선에 그쳤다. 퇴직자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원승연 부원장 등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