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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결정타였다. 김 대표가 과거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 게 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강조한 공관위가 이런 김 대표를 보수 핵심인 서울 강남병에 공천하면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것. 결국 공관위는 이날 그의 공천을 철회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강남병 공천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며 “김 위원장이 친박, 주류를 바꾸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공천을 두고 통합당 의원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 양산을에서 컷오프되자 대구에서 무소속 출마하겠다며 김 위원장을 향해 “노추(老醜, 늙고 추함)”라고 맹비난했다. 권성동 의원도 강릉에서 공천배제되자 반발했으며, 강릉 시·도의원들도 “낙하산 사천(私薦)을 그만두라”며 공관위를 압박했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공관위에서 참 나쁜 결정을 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반발에도 황 대표는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던 황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공천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총선에서 뜻 모아 압승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천 결과 일부 조정을 시사했다. 결국 이날 회의결과 공관위에 6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 재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 전 대표가 “공천 잡음 해결 없이는 선대위장을 못 맡는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밝힌 날이기도 했다. 이런 탓에 황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김 위원장의 공천에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 반발은 해소하면서 동시에 김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에서 영등포갑 공천을 받은 문병호 전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고위의 재심의 요구를 두고 “김 전 대표를 모시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퇴로 김 전 대표 영입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김 전 대표 영입에)안 좋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영입할 거였으면 애초에 해야 했다”며 “공천에서부터 (김 전 대표가)참여해서 내부 후보들 물갈이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면 시너지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가 공천에 개입하는 순간부터)스텝이 꼬였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김 전 대표를 영입하려면 태구민(태영호)도 날려야 한다”면서 “공천을 무효화하면서 가져올 혼란을 감내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 조짐도 엿보인다. 김 전 대표는 전날 태구민(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를 강남갑에 공천한 것을 두고 “국가적인 망신”이라며 비판했다. 태 후보는 “등에 칼을 꽂고 있다”며 반발했으며 심재철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에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