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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자기소개서를 너무 못썼나 봐요.”
하나은행이 `글로벌 청년 인턴`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지난 2일 늦은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원자 간 희비가 교차했다. 한 지원자는 자신이 서류를 통과하지 못한 게 자기소개서를 잘못 쓴 탓이라는 글을 올렸다. 합격한 지원자에게는 `스펙을 알려달라`, `학벌이 좋으냐` 등 댓글 수십 개가 붙었다. 왜 떨어졌는지 모르니 어떻게 합격했는지 궁금했을 터다.
같은 날 오전 9시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 2013년 신입 행원 공채에서 특혜 합격자 32명을 확인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추천, 성별, 대학에 따라 합격이 갈렸다. 주요 인물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서류전형부터 ‘최종합격’으로 구분돼 실제로 최종합격했다.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선에 들어간 여성 지원자 2명은 끝내 탈락했다. 최종합격선 밖에 있던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키느라 그런 것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도 합격을 좌우했다. 금감원은 ‘특정 학교 졸업자에게 특혜를 부여해 탈락자 14명을 합격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특정 학교 졸업자 9명을 합격시키려고 다른 학교 합격자 9명을 떨어뜨렸다. 하나은행이 1등급으로 구분해서 관리한 특정 3개 대학 출신이었다.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특정 학교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위 말하는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이란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들을 합격시키려고 하나은행 인사부장, 팀장, 실무책임자 등 3명이 비공식 회의도 거쳤다.
사기업이 직원을 뽑는 기준은 재량이므로 존중해야 한다. 어느 성별과 대학을 우대하는지도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다. `주요 인사에게 추천받아 뽑는 게 왜 문제냐`고 하면 받아치기 뭣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뽑으라, 저렇게 뽑으라고 하면 관섭이고 심하면 관치(官治)다. 그럼에도 금감원까지 나서 이번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은행이 공적 성격을 띠는 이유에서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추천과 성별, 대학으로 사람을 거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특정 인물이나 학벌 지상주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나은행에 보다 투명한 절차에 따른 채용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SKY 출신이 아니더라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 임원까지 오른 함영주 하나은행장(단국대 회계학)이 증명했기에 걸어보는 기대다. 이것이 앞서 자기소개서를 잘못 써서 탈락했다는 지원자의 푸념을 달랠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