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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전은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롤스로이스남 사건’ 이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롤스로이스 남 사건은 지난해 8월 압구정역 인근에서 마약류에 취한 남성이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일이다.
올해 들어서도 마약 운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엔 SUV를 몰다가 전신주와 충돌한 사고를 낸 50대 남성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이 남성의 차량에선 마약을 투약하는 데 이용한 것처럼 보이는 주사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달 23일과 24일 이틀을 연달아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 사고를 낸 40대 여성이 경찰에 긴급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마약 운전에 대한 현장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마약 투약이 의심되는 운전자가 있어도 현장에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단속이 1년에 13만건 이상인 데 비해 마약 운전이 현장에서 적발되는 건수는 1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에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물운전을 단속할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규정을 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위험성이 큰 약물운전을 실효적으로 금지해 도로교통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근본적으로 마약 투약자가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경찰은 마약 범죄자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올해 상반기 추진하고 있다. 수시적성검사는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결격사유가 발생한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능력을 판단하는 제도다. 수시적성검사에서 불합격하거나 기간 내 검사를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되는데 면허 재취득율은 40% 정도로 평가 기준이 엄격하다.
전문가는 마약 운전 경우 ‘마약’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마약 복용자가 많아지니까 마약과 관련한 운전사고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운전사고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향후 마약을 하지 않게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며 “우선 약물 관련한 범죄와 함께 운전사고에 대해서도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양형지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마약 공급차단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수요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마약사범에 대해 처벌로 끝날 것이 아니라 치료 등을 통한 수요 차단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