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하늘길 깃발 꽂아라..스타트업 주도 교통혁명[미래기술25]

김성진 기자I 2023.07.25 18:00:00

우후죽순 생겨나는 AAM 스타트업
美조비·獨볼로콥터 등 두각 나타내
이르면 2024 파리올림픽 첫 상용화
‘TIE·플라나’ 등 韓 스타트업 출사표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금까지 2차원의 교통 시스템을 3차원으로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미래항공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AAM)은 기체, 이착륙 시설, 통신망, 관제 등 다양한 분야의 합종연횡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요도가 모두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중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AAM을 구현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체 없이는 아예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AAM은 기체 제작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스타트업 혹은 스타트업 출신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개척 하늘길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 세계 곳곳의 신흥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2016년만 하더라도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기체(eVTOL) 기종은 6개에 불과했는데요. 2021년 기준 무려 400여개의 모델이 개발 혹은 개발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각 나타내는 美·獨·英 출신 업체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AAM 기체 제조 업체 중 하나로는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하 조비)’이 꼽힙니다. 조비는 조벤 비버트가 2009년 설립한 회사로, 초기에는 7명의 엔지니어가 전기모터, 비행 소프트웨어, 리튬이온 배터리 등의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후 2012년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전기 비행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선발되며 본격적으로 에어택시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조비 에이비에이션이 개발하는 항공택시.(사진=조비)
2021년 7월에는 1시간 넘는 시험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조비가 개발 중인 eVTOL ‘조비 S4’는 77분 동안 155마일(약 250㎞)를 날았는데, 이는 당시까지 선보인 eVTOL 기체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조비가 개발하는 기체는 조종사석 포함 5명까지 탑승 가능한데요. 경쟁사들이 보통 2인승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달리 총 5명이나 탈 수 있어 상용화됐을 때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다수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일본의 완성차 업체 토요타가 5억9000만달러(약 76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고요. 2023년 6월에는 국내 통신기업 SK텔레콤이 1억달러(약 13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조비는 SKT·한화시스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K-UAM 그랜드챌린지)에도 참여한 상태입니다. 조비는 이르면 2024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승인 여부가 변수로 여겨집니다.

독일 AAM 스타트업 볼로콥터의 볼로콥터2X.(사진=볼로콥터.)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도 눈여겨 볼 만한 스타트업입니다. 볼로콥터는 2011년 알렉산더 조셀과 스테판 울프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같은 해 세계 최초로 순수 전기 기반의 수직이착륙기(eVTOL) 유인 비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볼로콥터의 에어택시를 전 세계인이 가장 먼저 경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 무대는 바로 내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인데요. 볼로콥터는 올림픽 기간 동안 5~10대의 eVTOL을 운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볼로콥터의 2인용 에어택시의 경우 1회 충전시 35㎞ 비행이 가능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110㎞ 수준입니다. 볼로콥터는 지난해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의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독일의 릴리움(Lilium), 영국의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 등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eVTOL 기체를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TIE·플라나’ 등 토종 스타트업..판도 뒤집기 노린다

미개척 하늘길 정복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은 국내에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국내 AAM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이하 TIE)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체의 성능과 제원을 공개하고 향후 로드맵도 공유했습니다.

TIE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출신 홍유정 대표가 2016년 3월 설립한 회사로 현재 5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AAM 기체 개발뿐 아니라 에어택시 서비스, 자율주행 드론을 통한 소형화물 배송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TIE가 개발 중인 AMM 비행체 ‘시프트 컴슨’(사진=디스이즈엔지니어링)
TIE가 개발 중인 기체 시프트 컴슨은 최고속도 330㎞/h와 비행거리 280㎞를 목표로 설계된 5인승 eVTOL 비행체입니다. 본격 상용화 예상 시기는 2027년으로 2040년 연간 5000대 이상 기체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출신이 만든 ‘플라나’도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개발팀장을 지냈던 김재형 대표는 2021년 AAM 스타트업 ‘플라나’를 세웠습니다. 플라나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체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배터리만으로 중장거리 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하이브리드 추진기술을 통해 비행거리가 확대된 AAM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종사 1명과 승객 최대 6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300km 이상의 속력으로 500km 이상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기체 개발이 목표입니다.

플라나가 개발 중인 AAM 기체.(사진=플라나.)
플라나는 최근 항공업계 기업들과 업무협약(MOU) 등을 체결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국내 소형항공운송사업자 하이에어에 2030년부터 AAM 기체 CP-01 30대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24일에는 무인항공교통관리(UTM) 솔루션 기업 원스카이와 AAM 항공기 운항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퓨처오브플라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약 20여개 기업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항공기 및 드론의 원활한 운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협력 생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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