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원 한도 초과…제도 개선으로 협상 물꼬
한국 방산기업은 지난해 폴란드에 K9자주포, K2전차, FA-50 경전투기 등 17조원 가량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차 계약에서는 계약의 반대급부로 수주액의 70%인 12조 원어치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폴란드에 제공하기로 했다.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절반씩 나눠 지원하기로 했다. 대출이 7조원 안팎, 나머지 액수는 보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정부와 폴란드 측은 2차 방산 계약을 놓고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K-2전차 820대와 K-9 자주포 360문 등 2차 계약 물량 가격은 약 30조원에 이른다. 폴란드는 2차 계약 조건으로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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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증 한도 예외사유를 적용할 경우 폴란드가 요구하는 수준에 가까운 금융 지원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은 시행령은 신용공여 한도를 규정하고 있지만, 신용위험이 없다고 인정되거나 수은의 설립목적 수행에 필요한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해 인정한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칭하며 수출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 당국의 신용공여 한도 예외 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13일 폴란드를 공식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산 등 전략분야 협력 강화가 핵심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인데 수출 협상 가속화를 위한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윤 대통령 경제 사절단에는 폴란드 방산 수출 기업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박재석 SNT다이내믹스 사장 등이 포함됐다.
◇특정 국가·산업에 대한 특혜?…“특수성 고려해야”
수은의 설립목적은 수출입,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방산 수출은 경제적 파급효과와 장기적 수요 창출 등이 가능에 이에 부합한다. 실제로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하는 한 방산 기업은 2차 수출 계약 체결시 1450억원의 신규 투자와 240여명의 추가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협력업체에는 3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 확대와 3500명 수준의 추가 고용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특정 국가와 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방산업계는 방산 수출과 폴란드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기체계는 한번 도입하기 시작하면 최소 30년 이상을 사용한다. 방산 특성상 무기체계 납품 이후 유지부품 공급과 정비, 성능개량 등 다양한 형태의 후속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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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국가’ 폴란드…“상환 차질 우려 없어”
폴란드의 국가신용도도 안정적이다. 에스앤피(S&P)나 피치(Fitch)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A-’를 받았다.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장기예산(MFF)의 최대 수혜국이다. 2021~2027년까지 운영되는 MFF 자금 1조743유로(약 1430조원) 중 약 7%인 760억 유로(약 109조원)를 배분 받기도 했다. 그만큼 국가 운영 자금이 있다는 얘기다.
폴란드에 제공한 대출·보증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은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자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와의 1차 실행계약 총액의 30%를 선급금으로 수령했는데, 계약은 납품대금 미입금 시 선수금을 통해 납품대금을 충당하고 후속 납품은 중단되는 구조”라면서 “‘납품 후 1개월 내 수금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무기 구매국들의 수출금융지원 요구는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반대급부’의 하나”라면서 “OECD 우량 국가인 폴란드에 수출금융을 지원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대금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방산 골드러시 시대’의 호기를 최대한 살려 K-방산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량을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