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다. 심지어 명절 후에는 이혼율이 증가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차례상이 있다. 몇 시간씩 앉아서 전을 부치고 상차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남편의 갈등이 불거졌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명절 때 가족들과 합의하면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명절을 앞두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유교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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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간소화 방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아도 된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도록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했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밀과와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각자 사는 고향, 환경을 반영해서 음식을 올리는게 가장 시의적절한 우리의 예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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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며 “차례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던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표준안은 ‘차례 관련 국민 인식조사’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됐다. 성균관 측이 지난 7월 28∼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를 묻는 질문에는 ‘5~10개’(49.8%)가 적당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적당한 차례 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37.1%의 응답자가 ‘10만원대’가 가장 적절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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