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몸값 올라가는 거래소…‘주주 고르자’ 움직임 물씬

김연지 기자I 2022.03.07 15:36:00

부정할 수 없는 자본시장 대세 ''가상자산 거래소''
원화거래 막혀도, 법인 껍데기만 있어도 ''우르르''
거래소들 "금융·게임·미디어 기업, 주주로 모신다"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침체기를 버텨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에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계열사까지 신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려는 행보를 보이면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러한 상황에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호 기업을 추리는 모양새다. 메타버스 열풍으로 떠오른 게임과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은 물론, 금융 관련 기업들과의 인수 논의를 특히 반기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사진=픽사베이)
◇ 거래소 선호 기업주주 금융>게임>미디어 순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부터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노크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매각을 추진하는 중소형 거래소가 4곳 정도였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7곳 안팎으로 늘어난 상태다. 거래소의 몸집에 따라 평균 가격대 또한 형성되고 있다. 원화거래가 가능한 대형 거래소들은 구주매출 위주로 프리미엄을 얹은 높은 가격대에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토대로 코인거래만을 이어나가는 거래소들은 기본 수백억에서 최대 수천억원 단위에서 지분 투자 및 인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대형 거래소뿐 아니라 원화 거래가 막힌 중소형 거래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안에 정통한 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의 경우 지난해부터 구주 거래를 위주로 M&A 시장이 활성화된 편”이라며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고공행진해 기존 주주들이 막대한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원화거래가 뚫리지 않았더라도,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 투자와 인수를 논의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장사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 거래소에서는 투자자와 인수자를 추리는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거래소에서 투자·인수 논의를 반기는 기업은 금융과 게임, 미디어 기업 등으로 꼽힌다. 금융 기업의 경우 원화거래를 함께 손쉽게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 출시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게임과 미디어 기업의 경우 메타버스와 NFT 사업을 새롭게 꾸려나가는 차원에서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기대다.

◇ “법인 껍데기만이라도” 기조는 시들시들?

2개월 이상의 거래소 운영 업력 때문에 법인 껍데기만이라도 인수하려던 일부 기업들의 시도는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은 개정 특정거래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ISMS 인증을 갖춘 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 후 심사를 받아야 했다. ISMS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2개월 이상의 관련 서비스 업력이 필요한데, 지난해 9월부터 FIU 신고 없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ISMS를 받을 방법이 사라졌다. 신규 거래소가 시장에 진입할 문이 사실상 막히면서 일부 기업들이 업력을 갖춘 거래소 법인 껍데기만이라도 인수하고자 논의를 이어간 배경이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는 소폭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ISMS 예비인증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서 2월 FIU과 ISMS 예비인증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사업자 신고를 원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특정 조건을 전제로 ISMS 인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기부는 이달 중 행정예고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 있는 블록체인 기업 일부는 거래소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는 생각에 법인 껍데기만이라도 인수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이번 ISMS 예비인증 제도 도입으로 이들 대부분은 신규 거래소를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상장사에 대해서는 “거래소를 100% 자회사로 두는 것이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라 (지분 투자 대비) 신규 거래소 설립을 선호하는 곳은 아직 드물 것”이라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중소형 거래소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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