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도 좋지만, 지역 살릴 창업가 나왔으면"..울산과학기술원에 최고액 기부 사연

강민구 기자I 2021.11.04 16:00:00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 300억원 기부 약정
울산에서 반도체 패키징 소재 생산 기업 발전 일궈
평소 미래 인재 육성, 창업 활성화 관심 기부로 이어져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벤처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청년들이) 겪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은 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약정식에서 이 같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300억원을 기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300억원은 2009년 개교 이래 가장 큰 액수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 전신)가 경동도시가스에게 받은 사회발전기금 50억원의 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덕산그룹과 UNIST는 2011년부터 산학협력을 해왔다. 여기에 UNIST가 학교에 ‘챌린지 융합관(가칭)’을 세워 학생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실전형 교육을 해서 울산의 전통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바꿀 창업가를 키우겠다는 취지에 이 회장이 공감해 기부까지 이뤄졌다.

이준호 덕산 그룹 회장.(사진=울산과학기술원)
덕산 그룹은 울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장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중심의 울산에서 반도체 소재에 도전해 현재 9개 계열사, 3000억원의 연간 매출액을 달성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소재 ‘솔더볼’을 생산하는 덕산하이메탈은 현재 국내 1위,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덕산네오룩스는 디스플레이 소재 글로벌 생산량 1위도 차지했다.

이 회장의 집무실에는 ‘소재산업 입국(立國), 그 중심기업 덕산(德山)’ ‘천지지대덕왈생(天地之大德曰生)’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를 국산화하고, 기업이 무엇인가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그동안의 행보도 이러한 뜻과 맞닿아 있다. 소재 분야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 인력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룹 인력의 30%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고, 이공계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해 장학지원 사업도 해왔다.

학교측은 이번 기부금을 ‘챌린지 융합관(가칭)’ 건립에 쓸 계획이다. 미래 인재들이 과학기술 모든 분야에 걸쳐 교육을 받고, 창업에 도전하는 공간으로 쓴다. 이 회장은 “창업도 성공의 한 방법”이라며 “연구에 매진해 ‘노벨상’을 타는 학생들도 나오면 좋겠지만, 앞으로 건립되는 공간에서 꿈을 키워 지역 경제를 살릴 창업가도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반도체 소재 산업을 이끌어온 이준호 회장님의 의지를 UNIST가 이어가겠다”며 “미래 과학기술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며,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바꿀 혁신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협약식에서 “기업 기부는 지역 사회가 인재를 키우고, 인재들로 지역이 발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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