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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본드는 말 그대로 환경이나 탄소배출 등을 개선하는 시설과 공정을 준비하거나 재생에너지, 전기차나 수소차, 고효율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번에 그린본드를 찍는 SK하이닉스도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린본드는 ESG 채권이라는 상위 범주 아래에 있고, ESG 채권에는 그린본드 외에도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 등이 있다. 소셜본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며 지속가능채권은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채권으로 보면 된다. 또 그린본드 역시 채권 구조에 따라 △그린사업 채권과 △그린사업 수익채권 △그린프로젝트 채권 △그린 유동화채권 등으로 나뉜다.
그린본드는 지난 2007년에 최초로 발행됐다. 당시 유럽투자은행(EIB)은 역내 14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6억유로 규모의 그린본드를 찍었다. 이후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가 주로 발행을 주도하다가 최근에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금융회사 등으로 발행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스웨덴 은행인 SEB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발행하는 그린본드 규모가 총 5000억달러(원화 약 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07년 이후 지금까지 13년여간 발행된 그린본드 총 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2700억달러가 발행되는데 그쳤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로부터의 복구를 위한 용도로 그 발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유럽연합(EU)이 총 7500억유로에 이르는 규모로 조성하는 코로나 경제회복기금 중 2250억유로를 그린본드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 중에서는 2013년 한국수출입은행이 최초로 5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는데, 달러화 표시로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국내 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원화로 발행한 것은 2018년 산업은행의 3000억원 규모 그린본드가 처음이다.
이론 상으로 발행자가 같다면 신용 리스크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린본드라고 해도 전통적인 채권과 만기나 쿠폰금리 등이 동일하다. 다만 그린본드를 발행하려면 적격평가를 받아야 해 인증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발행 후에도 매년 사용내역을 공시하는 등 업무부담도 더 생긴다.
그러나 그린본드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 오히려 발행금리가 더 낮아져 이런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그린본드가 가지는 프리미엄’이라고 해 ‘그리니엄(greenium)’이라고 부른다. 아울러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무형의 평판도 향상까지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장혁준 SK하이닉스 재무담당도 “이번 글로벌 그린본드의 성공적인 발행은 우리의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정해준 결과”라고 평가하며 “ESG 경영을 선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EV(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SV(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