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이제 조금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데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
"DTI 풀어준다고 집 사겠나. 가계부채 관리해야 할 때다"
다음달 말까지로 예정된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완화 조치의 연장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 찬성=풀어주면 집 산다
찬성 측은 매매 대신 전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계속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지난해 8.29대책에서 DTI를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융권 자율에 맡긴 것은 얼어붙은 거래에 훈기를 불어넣기 위한 목적이었다. 자율 적용 기간을 7개월 가량으로 잡은 데서 보듯 한시적인 특별대책이었다.
최근 DTI 완화 연장이 힘을 받는 것은 전세난 때문이다. 주택 매매가 보다 활발해지면 그만큼 전세 수요가 줄어들어 수급이 균형을 찾을 것이란 시각이다.
반대로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의 상징처럼 돼버린 DTI 규제가 원상회복되면 주택 매수세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다소 늘었지만 올 들어 다시 꺾이고 있다는 게 정부와 시장의 관측이다.
임기흥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부장은 "서울 강남을 제외하고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60~70%까지 올라갔다"면서 "대출 여력을 열어주면 전세 수요가 매수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 수요자들 중에는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하위계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하고,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살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회복 조짐이 조금 보이는데 다시 규제를 해버리면 불씨가 꺼질 것이란 우려다. 이참에 아예 DTI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DTI를 계산할 때 잡히지 않는 소득도 있을 수 있고, 은행들의 건전성은 LTV로 확보할 수 있다"며 "DTI는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급등하자 비상조치로 도입된 것이므로 아예 없애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 반대=금리 오를텐데, 금융건전성 생각해야
DTI 완화 연장을 반대하는 측은 완화해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고, 설사 있다해도 금융건전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DTI 완화 조치 이후 주택 거래가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직접적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고, 집값 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낮으므로 매수세를 살리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금리 상승까지 예견되는 상황이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억원에서 6억원 하는 고가 전셋집에 사는 사람들은 돈을 못 빌려서 집 못 사는 경우가 아니다"면서 "중저가 전세시장은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이 부족해진 경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저가 전세시장은 주택바우처 지급이나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는 DTI가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심리적인 영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우리나라의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전 분기 말보다 19조2000억원 늘어난 896조9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기준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0년보다 1.6배 상승한 143%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보다 6.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같은 기간 9.4% 포인트 하락했다.
손은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각국의 가계대출이 줄었는데 우리만 유독 증가했다"면서 "향후 부동산 심리가 회복돼 대출이 늘어나고 금리가 인상될 경우 안게 될 리스크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교수도 "DTI는 규제라기 보다 규범으로 봐야 한다"면서 "본인 소득의 절반 가량을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해외에서도 대출액이 연소득의 일정범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DTI 완화 연장을 찬성하는 측도 궁극적인 전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임기흥 부부장은 "최근 전세난은 도심에서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기 신도시가 다 들어서고 입주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전세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