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로7 잠정합의에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드러난 만큼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비(非)배기 오염물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만큼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대응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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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유럽의회는 도로 교통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규제하는 기준인 유로7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잠정합의된 유로7의 핵심은 바로 타이어나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규제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이번에 EU가 최초로 이를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잠장합의안은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친 뒤 발효된다. 실제 적용은 승용차와 승합차는 발효 30개월 뒤부터 이뤄지며 버스와 트럭, 트레일러는 48개월 뒤다.
이에 따라 수소차나 전기차처럼 친환경차들도 미세먼지 규제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유로7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타이어나 브레이크의 미세먼지(PM10·지름이 10㎛ 이하인 입자)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경우 순수전기차는 1㎞당 3mg,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는 7mg, 내연기관 대형승합차는 11mg로 정해졌다.
타이어 및 브레이크 마모 입자로 인한 오염은 그 위험성이나 심각성이 배출가스만큼 널리 알려져있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대기 중으로 비산될 경우 바람 및 강우 등에 의해 하천과 바다에 유입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인체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로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올 초 자동차 비배기관에 의한 미세먼지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U의 PM 2.5(1000분의 2.5mm보다 작은 먼지) 총 배출량은 135만8200톤(2019년 기준) 중 도로이동에서 발생한 배출량은 11만8100톤으로 총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타이어 및 브레이크 마모 배출량은 3만5300톤으로 EU 총 배출량 대비 약 2.6%를 차지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에 친환경 브레이크 패드 대응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제조 및 부품업체들의 향후 대응 전략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전기차는 동력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없지만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량 전체의 무게가 내연기관차보다 300㎏~500㎏ 더 무거워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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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패드 소재 쪽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만드는 아라미드 펄프는 브레이크 패드를 만드는 소재로 활용되는데 다른 소재와 비교해 친환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레이크 패드를 구성하는 전체 소재 중 20%를 바로 아라미드 펄프가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도 높은 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펄프를 상신브레이크에 주로 납품하며 이곳에서 생산된 브레이크 패드는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항구 자동차기술원장은 “이번 잠정합의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라며 “갑작스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일찌감치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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