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래프코어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중국 내 판매를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프코어는 “유감스럽게도 중국에 기술 판매를 제한하는 최근 미국의 수출 통제로 우리는 중국 사업 운영을 크게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프코어는 사업 철수로 영향을 받는 직원수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을 정리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나이젤 툰 그래프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을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지난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판매를 금지하면서 그래프코어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이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은 칩까지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래프코어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그래프코어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용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이다. 시장에선 초기부터 그래프코어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성장해 엔비디아의 경쟁사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 BMW, 세콰이어캐피탈, 베일리 기포드 등으로부터 7억달러(약 9100억원) 이상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지만 MS가 2020년 말 그래프코어와 거래를 중단하고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프코어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 끝에 지난해 1초당 35경회 연산이 가능한 지능형처리장치(IPU)를 선보였으나, AI용 칩 수요가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및 H100에 집중됐다. 그 결과 그래프코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반토막 났다. 그래프코어는 중국 고객의 주문 지연때문에 실적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그래프코어 대변인은 “(중국 외에도) 다른 곳에서는 AI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을 대체할 만큼 강력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 세계 고객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