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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의 이게머니]러 디폴트 우려, 달러 유동성은 괜찮을까

최정희 기자I 2022.03.08 17:14:42

러시아 침공 이후 달러 조달비용 넉 달 만에 최고
금융시장 공포심리도 2020년 팬데믹 후 최악으로
겁 먹은 투자자, 글로벌 주식·채권펀드서 자금 빼내
러시아, 16일 달러표시국채 이자상환 여부가 관건
시장선 러시아 `기술적 디폴트` 가능성 배제 안해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방권의 러시아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보복 조치 파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유동성 지표의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2020년 3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달러 유동성 지표 나빠졌다…3년물 스와프 베이시스 확대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3년 만기 스와프 베이시스는 마이너스(-)85.50bp(1bp=0.01%포인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24일(-62.50bp)대비 23bp 확대됐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던 작년 11월19일(-85.50b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출처: 마켓포인트, 서울외국환중개)


스와프 베이시스는 통화스와프(CRS)와 이자율스와프(IRS)의 금리 차이로 마이너스 폭이 커질수록 달러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RS금리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CRS금리가 낮아지면서 스와프 베이시스가 확대됐다.

CRS금리는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빌릴 때 받은 원화 고정금리로, CRS금리 하락은 원화 이자를 덜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CRS금리는 1.46%(3년물)로 지난달 24일(1.62%)보다 0.16%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CRS 금리(3년물)가 마이너스까지 갔었다. 달러를 빌리는 데 담보로 제공한 원화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 커녕 달러 이자에다 원화 이자까지 얹어줘야 달러를 빌릴 수 있었단 얘기다.

2년 전 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최근의 CRS금리나 스와프 베이시스 움직임은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를 보여주는 스와프 포인트는 1년물 뿐 아니라 6개월물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년물 스와프 포인트는 -480원으로 스와프 레이트(스와프 포인트를 현물환율로 나눈 후 연율로 표시)는 -0.388% 수준이다. 2월 중순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90원이고 스와프 레이트 역시 -0.145%를 기록, 지난달 말부터 마이너스 신세다. 이는 한국 투자자가 스와프시장에서 원화와 달러화를 6개월 간 바꿀 경우 1년 뒤 원금이 0.145% 만큼 깎인다는 얘기다. 스와프 레이트가 하락할수록 달러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지난달 24일 러·우 전쟁 이후 달러 유동성이 점차 안 좋아지고 있다”며 “유로·달러 뿐 아니라 달러·엔 스와프 베이시스 등도 확대되면서 글로벌 전체적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1개월물 스와프 레이트는 0.727%로 플러스를 유지하는 등 초단기 부문에선 달러 유동성이 잘 버티는 모습이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단 평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초단기 FX스왑이 급락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2020년 4월처럼 증권사 등의 해외 거래소 마진콜 이슈가 부각될 경우 앞으로 현물 환율의 추가 급등, FX스왑 급락 가능성이 높다”며 “3월 말까지 외환시장에서 증권사 관련 달러 수급 동향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닉셀링에 러 디폴트까지…유동성지표 예의주시해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등 추가 제재가 검토되면서 금융시장은 점차 패닉 상태로 가고 있다.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최근 13으로 `극도의 공포(Extreme fear)`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공포지수인 VIX(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는 36선으로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출처: 마켓포인트, 서울외국환중개)


러·우 전쟁 이후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펀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월 2일까지 글로벌 주식펀드에선 50억달러가 순유출됐고 글로벌 채권펀드에선 106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부각되면 패닉 셀링(panic selling·공포 매도)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달러, 유로로 발행한 외화 국채의 총 잔액은 약 396억달러이고 외화표시 회사채까지 합하면 총 2580억달러에 달한다. 달러화 국채의 경우 이달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자 지급일이 도래하는데 이때 러시아가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디폴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3일 루블화 표시 국채 이자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자를 지급했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고객에게 돈을 못 보내게 막으면서 투자자들은 이자를 못 받게 됐다. 관건은 달러화표시 국채 이자까지 미상환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김윤경 국금센터 자본시장부장은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더라도 각종 제재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반출이 불가할 경우 기술적으로 디폴트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998년과 같이 러시아 채무불이행이 재차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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