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이 업계 화두로 자리 잡았다. P2E는 게임 또는 플랫폼 내 재화를 가상자산(NFT·대체불가토큰)으로 발행하고 이것을 암호화폐와 연동, 현금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P2E 게임 대응을 공언했고, 내년부터 관련 게임이 쏟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P2E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P2E 시스템에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보고 현금화 여지 시 등급분류 거부 또는 취소로 대응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P2E 계획을 밝히면서 “제일 중요한 법률적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고민은 국내 사업자 한정이다. 8일 국내 구글플레이에서 크립토(crypto), NFT 등을 검색하면 P2E 게임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주로 국내 규제를 신경 쓰지 않는 국외 사업자 게임이다. 앱 등록 시 한국을 지정하면 쉽게 출시가 이뤄진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됐다.
국내 사업자에게도 P2E가 꽉 막힌 시장은 아니다. 모바일게임 대상으로 민간 자율등급분류가 시행되고 있어서다.
지난 여름께 게임위는 P2E를 일찍이 대응한 몇몇 국내 사업자에 게임물 등급분류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게임위의 규제 의지가 드러난 이후 한동안 조용했다가 연말 들어 P2E가 재차 주목받고 소규모 개발사에서 자율등급분류를 거친 ‘무한돌파삼국지’와 같은 국내 출시작을 내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게임위 패싱’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무한돌파삼국지 관련 커뮤니티에서 ‘환전’을 검색하면 ‘15분 만에 만원 먹었다’ 등 현금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임위 판단을 거쳤다면 등급분류 거부 대상이다. 게임위 측은 “게임물 직권재분류팀에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지스타 게임쇼에서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환전이 가능한 NFT 게임 등급분류에 대해 “현행 게임법 상에서는 불가능”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다. 돌출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나오고 내년부터 P2E 게임이 쏟아지게 되면, 게임위 입장에서 난감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 무력화 가능성 때문이다. 게임위가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이용자들의 우회접속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P2E 게임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지금도 시장 모니터링에 한계를 노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