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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 대란에 EU '비상', 韓 '뒷짐'…車경량화 소재 차이

송승현 기자I 2021.11.04 15:59:32

유럽자동차제조협회 "12월 재고 부족…작업장 폐쇄 우려"
국내 완성車 "영향 미미할 것"…경량화 소재에 입장 갈려
고가 중심 유럽 자동차, 비싼 알루미늄 적극 차용
볼륨 차종 중심 현대차·기아, 초고강력 강판으로 경량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이어 마그네슘 부족으로 ‘셧다운’ 될 위기에 놓였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된 입장차이는 차체 경량화 수단 선택이 갈랐다는 분석이다.

4일 독일 비철금속 무역협회(WVM)에 따르면 독일과 유럽 전체 마그네슘 재고는 오는 11월 말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이는 마그네슘 생산의 85~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감소 등을 이유로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중국산 마그네슘 45%가량을 수입해 온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유럽자동차제조협회(EAMA)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12월부터 재고 바닥으로 인한 작업장 폐쇄와 이로 인한 대규모 실직 등을 경고했다. 반면 국내는 마그네슘 사태에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마그네슘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와이어링 하네스와 반도체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경량화 수단 알루미늄 택한 고성능 브랜드…이미 곳곳 활용

유럽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입장차이는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소재 선택에서 비롯됐다.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알루미늄 합판을 경량화 수단으로 골랐다. 알루미늄 합판을 생산하기 위해서 필수인 성분이 마그네슘이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환경규제가 가장 심한 곳으로 유럽에 터를 둔 벤츠 등은 연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경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고급 차량의 연비 효율을 위해 엔진 다운사이징을 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공차중량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알루미늄은 중량이 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경량화 효과가 높은 소재로 꼽힌다.

이미 수입차 브랜드에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소재가 곳곳에서 활용된다. 벤츠는 지난 2014년 기존 10% 불과했던 알루미늄 비율을 차체 50%까지 늘려 공차중량 100kg을 줄인 신형 C-클래스를 선보였다. 2016년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신형 디젤 엔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BMW는 7세대 5시리즈에 기존 초고강력 강판 외 새로운 ‘CLAR’ 플랫폼을 채용해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경량소재를 활용했다.

초고강도 강판 극대화 선택한 현대차그룹…“피해 없을 것”

알루미늄 최대 단점은 비싼 비용이다. 알루미늄 합판은 일반 강철 합판에 비해 4배가량 비싸다. 알루미늄 가공성(성형)이 철보다 떨어져 생산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성능 차량이 아닌 볼륨 차종 생산에 치중하는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비용 문제로 강철을 기본으로 한 초고강도 강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초고강도 강판은 핫스탬핑 공법 등을 이용해 인장강도가 800메가파스칼(MPa) 수준으로 일반 강판에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 경질조직을 첨가해 일반 강판보다 단단하면서도 가볍다.

현대차그룹이 경량화를 위해 개발한 3세대 강판은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특히 성형을 기존 제품 대비 30%가량 늘었다. 실제 현대차는 강판을 부위마다 두께를 다르게 성형하는 TRB·TWB 공법 등을 활용해 이전 모델 대비 신형 쏘나타의 공차중량을 59kg 줄였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대비 부족한 경량화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메꾸고 있다. 볼륨 차종 생산에 주력하는 일본 도요타 역시 초고강도 강판을 주력으로 한 경량화 방법을 쓰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 차량을 생산하는 유럽 브랜드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이 필수지만, 볼륨 차종이 주인 현대차그룹은 알루미늄을 사용할 경우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며 “마그네슘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 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피해는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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