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샤오미는 블랙리스크에서 샤오미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미 연방 법원이 지난 3월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샤오미의 손을 들어준데 따라 국방부는 샤오미의 블랙리스트 지정을 해제에 동의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영상 SNS 업체 틱톡, 국영 석유업체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등 중국 기업 9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가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중국 기업은 35곳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가 미국과 중국간 갈등 속에 보기 드물게 중국 기업이 승리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샤오미의 승소로 화웨이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샤오미처럼 블랙리스트를 벗어나기 위해선 미국의 조치가 부당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경우 중국 정부가 지난 2019년 국가공로에 기여한 레이준 샤오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에게 상을 수여했고, 5G 및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 계획이 미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게 미국 국방부의 주장이었다. 미 국방부는 샤오미가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샤오미는 이를 부인하면서 1월 29일 미국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은 레이준 CEO 외에도 500여명의 기업인들이 비슷한 상을 받았으며 5G 및 AI 기술이 빠르게 가전기기 산업의 표준이 되고 있는 만큼 투자 계획 역시 큰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다른 중국 기업들은 샤오미와 상황이 다르다. 차이나모바일, 중국해양석유 등은 대부분 국영 기업이라 중국군과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화웨이나 ZTE의 경우 휴대전화 뿐 아니라 정부 기관에 들어가는 통신장비를 생산한다 점에서 샤오미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SMIC도 반도체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샤오미의 승소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다른 중국 기업들도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법원이 중국 손을 들어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대표 SNS인 틱톡과 위챗(웨이신)에 대해서도 이용금지 결정을 했으나 법원이 일시중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국가 안보를 내세워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차별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샤오미 결정이 나기 직전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전임 행정부의 실수를 바로잡고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비차별적인 사업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