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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술 냄새를 풍기며 브리핑한 시각은 추경 처리 ‘디데이(D-day)였던 지난 1일 오후 11시께였다. 취재진이 술을 마셨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서로 편하게 이야기한 자리였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 시각이 예결위에서 추경 총액을 두고 여야 간의 줄다리기가 마지막 국면에 들어간 때라는 점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급박한 상황이기도 했다. 국회에는 예결특위 3당 간사뿐만 아니라 여야 원내지도부,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취재진까지 예결특위 논의 진행 상황만 바라보며 대기 중이었다.
여야 의원들도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결위에서 심사를 종료하고 추경안을 확정해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수 있는데 추경안이 예결위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여야는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기 전날인 1일에 본회의를 열고 일본 보복 대응 예산이 포함된 추경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이었다. 예결특위는 오전 4시에 다시 재개돼 오전 6시까지도 막판 진통을 거듭했고 관련자들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같은 논의가 한창인 지난 1일 김재원 의원이 술을 마신 것은 추경 심사에 책임이 있는 예결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2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추경 심사를 어제(1일)에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한국당이 임하지 않은 단적인 증거”라며 “예결위원장으로서 자격상실”이라고 말했다.
김정두 평화당 대변인도 “김 위원장은 국회예결위원회에서 포로가 된 추경을 슬기롭게 구출할 책임 있는 장본인이다. 그런데 음주로 끝판을 장식했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예결위원장직을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예결특위원장 자리가 국회 핵심 요직을 꼽힌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예결특위는 500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검토해 편성 또는 제외시킬 수 있는 위원회다. 예결위원장이나 예결위 간사에게 쪽지에 적어 전달하는 이른바 ‘쪽지 예산’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위원장은 장관급의 예우를 받는다.
더군다나 김재원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계파 갈등 논란의 중심에 있어 더 조심해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인 김 의원이 비박계이자 전임 위원장인 황영철 의원의 반발에도 위원장직을 맡게 되자 한국당은 요직을 친박계가 싹쓸이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계파색이 옅은 한국당 한 의원은 “(계파 갈등으로)말이 많은 시기인데 왜 그랬는지 안타깝다”며 “이런 일은 지도부에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