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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청와대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선(39) 전 청와대 경호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선일)는 28일 의료법위반방조·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공소사실 일체를 유죄로 판단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 지나쳐 국정농단 중 비선 진료를 초래했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고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충성심은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그릇된 일탈을 향해 결국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정 농단 사태에서 최순실씨는 머리, 박 전 대통령은 입이었고 이씨는 손과 발이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선고 후 재판부가 '변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당시부터 박 전 대통령 경호 업무를 담당했던 이씨는 2013년 박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 수행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속칭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주머니'로 불리던 무면허 의료인들을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로 데리고 가는 일을 했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행위를 계속했다. 그는 직접 이들 무면허 의료인들에게 '대통령께 주사를 놔달라'고 연락했다.
이씨는 이들을 차량 뒷좌석에 태우는 방식으로 청와대 정식 출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관저까지 데리고 들어갔다. 무면허 의료인들은 관저에서 미리 준비된 주사제 등을 박 전 대통령에게 놨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무면허 시술은 청와대 관저에서 수십 회 이뤄졌다. 이씨는 또 취임초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 수십 대의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지인의 친인척 명의로 총 52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박 전 대통령, 최씨를 비롯해 정 전 비서관 등에게 제공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은 이씨가 건넨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수시로 전화를 변경했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잇따라 기만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 출석요구를 무시했다.
아울러 지난 1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선 위증을 했다.
그는 당시 "대선 이후였던 2012년 말경 최씨를 처음 봤다"·"대통령이 준 의상 대금을 의상실에 지급한 적이 있다"·"정호성 비서관 등이 차명폰을 썼는지 잘 모른다"는 취지의 거짓 증언을 했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2015년 9월부터는 대통령경호실 소속 경호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탄핵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며 사저 관리 등을 담당했다.
대통령경호실은 기소 후 이씨를 직위해제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고등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씨에 대해 파면을 결정했다. 고등징계위는 이씨에 대해 "경호실 명예와 경호관 위상을 실추한 것은 엄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선고가 진행되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은 재판부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들은 재판부 퇴정 후에도 법원 직원들과 기자들에게도 욕설을 내뱉었다.
앞서 이들은 재판 시적 전 법정에 들어오는 이씨를 향해 "힘내세요 화이팅!"·"애국자다!"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