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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밤에도 안돼?”…‘차 없는 아파트’ 택배차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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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I 2026.09.07 14: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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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단지' 택배차 새벽·야간 지상 운행두고 논란
"보도블럭 훼손 우려 vs 기사 배송 부담 가중"
지하 진입 못하면 저상차·손수레 배송 불가피
택배사 “단지별 결정 사항…일률적 대응 어려워”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밤늦은 시간에도 택배차량이 지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보도블록 훼손과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통제가 필요합니다.”(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A씨)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심야·새벽 시간까지 지상운행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요.”(새벽배송 택배기사 B씨)

(사진=챗GPT)
(사진=챗GPT)
‘차 없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택배차량의 지상운행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은 보행자 안전과 시설물 파손 우려 등을 이유로 통행이 적은 심야·새벽에도 지상 차량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기사들은 지하주차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심야까지 지상 운행을 막을 경우 배송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새벽·야간 배송이 일상화하면서 심야 시간대까지 지상운행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7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택배기사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이 택배차량의 야간 지상운행을 통제해 달라고 요구한 글을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입주민은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 택배차량 2대가 단지 지상으로 운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게 이유를 묻자 ‘지하로 운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도 했다.

입주민은 ‘지상도로는 보도’라며 차량 통행으로 보도블록이 파손될 경우 유지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주민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택배기사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의 택배차량 야간 지상운행 통제 요구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택배기사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의 택배차량 야간 지상운행 통제 요구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안전이 먼저” vs “심야까지 막아야 하나”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어린이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해 차량 통행을 제한하도록 설계된 단지인 만큼 택배차량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보행자가 크게 줄어드는 심야·새벽 시간에는 안전운행을 전제로 지상 배송을 허용하는 등 현실적인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택배차량의 지상운행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는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으면서 기사들이 세대별 배송을 거부하는 이른바 택배대란이 벌어졌다. 2021년에는 서울 강동구 5000가구 규모 아파트에서 비슷한 갈등이 재연됐다.

갈등이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일부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지상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서도 지하주차장 높이가 일반 택배차량이 진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단지가 적지 않아서다.

이 경우 택배기사는 저상차량을 이용하거나 단지 외부 또는 지정된 장소에 택배차량을 세운 뒤 손수레에 물품을 옮겨 세대별로 배송해야 한다. 저상차량은 적재함이 낮아 허리를 숙인 채 물건을 싣고 내려야 하고 손수레 배송 역시 차량으로 동별 이동을 하는 것보다 배송시간과 체력 소모가 늘어난다는 게 현장 기사들의 호소다. 과거 서울 강동구 대단지에서 지상 진입을 막았을 당시에도 저상차량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과거 신도시의 한 단지에서는 지상 진입 제한으로 갈등을 겪은 뒤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차량이 특정 장소까지 들어가고 이후에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수레를 이용하면 한꺼번에 많은 택배 상자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차량으로 동별 배송을 할 때보다 체력적·시간적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준 바꿨지만…구축 단지는 여전히 ‘사각지대’

정부도 택배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주차장 높이 기준을 높이는 등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지상운행 허용 여부와 배송 방식을 놓고 단지와 택배기사 간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상 통행 허용 여부 역시 택배사가 아닌 개별 아파트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게 택배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상운행 허용 여부는 입주민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결정 사항이어서 택배사가 별도로 협의를 진행하는 사안은 아니다”며 “일부 단지는 안전운행을 전제로 택배차량의 지상운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회사 차원의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택배업계에서는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취지를 고려하면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본다. 다만 새벽·야간 배송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지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단지까지 시간대와 관계없이 지상 배송을 일률적으로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각 단지의 구조나 주민들의 의견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지상운행을 허용하거나 금지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배송 수요와 주민 안전을 함께 고려해 단지별 여건에 맞는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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