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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인 B씨는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해 복용했다. B씨는 이 행위가 자가치료이며 업무상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이나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B씨는 A시의 보건공무원들이 자신의 병원에 방문해 변호인의 조력권과 불리한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행위임을 자인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시 측은 B씨에게 요구한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는 범죄수사가 아닌 행정처분을 위핸 행정조사를 위한 것이므로, 형사상 불리한 진술 거부권이나 변호인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이에 대해 A시 보건공무원들이 행정조사권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서의 범죄수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권위는 “자신들의 행위가 행정조사인지 범죄수사인지를 구분하고 각각의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하는데, B씨에게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할 때 이를 구분하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은 B씨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A시 보건공무원들은 의료법에 따른 행정조사 시 조사 대상자에게 보여줘야 할 의료지도원증과 조사명령서를 B씨에게 보여주지 않는 등 행정조사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B씨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도 사실상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게 하는 내용이라 행정조사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변호인을 대동할 수 있느냐는 B씨의 질문에 변호인을 동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점도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A시 측의 주장과 달리 B씨의 조력 의사를 단념하게 한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A시 시장에게 특사경의 수사와 행정조사원의 행정조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조사대상자의 변호인 등 관계 전문가의 조력권을 보장하는 등 행정조사기본법의 조사 원칙과 방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