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형 배터리 시스템 실증사업 진행 준비
1~2분이면 교체 끝..전기차값 인하 효과도
선두 중국 시장 2025년 18조 성장 전망
배터리 구독·교체 서비스 연계도 가능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스템은 완충까지 아무리 빨라도 20~30분이나 걸리는 기존 유선충전 시간을 1~2분으로 확 줄일 수 있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리스운영을 통한 전기차 판매가격 인하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등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
|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교체형 배터리 시스템 사업화를 위한 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EV)의 교체형 배터리 시스템 관련 실증사업(Proof of Concept) 운영 및 사업화 방안을 수립하고 교체형 시스템을 활용해 EV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직무다.
◇업계 선두 중국 시장, 2025년 18조로 커진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말 그대로 배터리를 뗐다 붙이게끔 만들어 충전시간을 대폭 단축한 전기차다. 배터리 교환소에서 모듈 또는 팩을 갈아끼우면 추가 작업 없이 바로 운행 가능하다. 과거 스마트폰 배터리를 따로 떼어내 충전한 뒤 갈아 끼우는 것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쉽다.
이러한 편의성에 주목해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온 중국은 지난 2021년 기준 시장 규모가 45억위안(약 8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이 시장이 1000억위안(약 18조원)으로 확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니오’는 지난해에만 무려 12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배터리 교체 방식 충전소.(사진=니오.) |
|
물론 우리나라도 과거 교체형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사업성이 낮고 당시 기술로는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2013년 르노자동차코리아가 제주에서 전기차 SM3 Z.E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다 2년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 등과 기술 개발로 배터리 탈부착이 용이한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이 다시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배터리 스와핑, 전기차 대중화 열쇠 될까
현대자동차그룹이 탈부착 배터리 시스템 사업 추진에 나선 데에는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장기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초기 전기차 판매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꾸역꾸역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한 번에 확장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배터리 교체 방식 충전소.(사진=니오.) |
|
무엇보다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에게 배터리 교체 사업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배터리 기술 개발에 앞으로 10년간 9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확보부터 설계, 생산은 물론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전기차 가치사슬(밸류체인) 전 영역을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하고 교환 및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전기차 수보다 많은 수의 배터리를 사용해 자연스레 배터리 생산량도 늘어나고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누릴 수 있다. 시장만 제대로 형성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배터리 원자재 수급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좋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원가부담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또한 배터리 교체를 위한 교환소 설치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데다 배터리 구독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반응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차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기차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