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평수 앞질렀다…'작은 집' 인기 쑥

이윤화 기자I 2023.07.03 17:53:06

[서울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껑충]
비혼, 딩크족 등 1~2인 가구 늘며 소형 평수 아파트 인기
서울 평당 분양가 3천만원 훌쩍 넘어, 분양가 상승도 한몫
올해 상반기 60㎡ 이하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53.7대 1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내년 가을 결혼을 앞두고 공공·민간 분양을 가라지 않고 청약을 넣고 있다. 그동안 모아둔 돈 1억원과 부모님의 지원, 은행 대출을 끼고 전용 60㎡이하 소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지만 기대했던 청약에 모두 실패했다. 특히 A씨가 가장 원했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전용 59㎡A 평형에 청약을 넣었다가 350대 1을 넘긴 경쟁률을 보고 신축 아파트 마련을 포기하고 구축 아파트를 장만해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60㎡ 초과 84㎡ 이하 경쟁률 47.5 대 1

최근 A씨와 같이 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서울에서 공급한 단지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전용 60㎡이하는 671세대 모집에 3만 5800명이 몰리며 53.3대 1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약 40대 1 수준에 머무른 것에 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반면 전용 60㎡초과 84㎡이하는 362세대 모집에 1만 7222명이 접수해 47.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소형 평수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인구변화에 기인하는 데 비혼과 딩크족 등 1~2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다.

3일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분양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오른 103.1을 기록해 지난 6월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실제로 올해 서울에서 완판한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소형 평수의 인기는 높은 편이다. 지난 5월 진행한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7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의 최고 경쟁률은 494대 1을 기록한 전용 59㎡T 타입에서 나왔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도 1순위 청약 59㎡A 타입의 경쟁률이 356.89대 1에 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분양했던 휘경자이디센시아 역시 전용면적 59A㎡는 87.86대 1 경쟁률을 기록해 50대 1 수준을 나타낸 평균 경쟁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평수인 전용 85㎡ 등 넓은 평형이 아닌 소형 평수 경쟁률이 더 높은 이유에 대해 평(3.3㎡)당 분양가 상승, 1~2인 위주의 주거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이미 3000만원대를 넘어 브랜드 대단지나 입지가 좋은 경우 4000~50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남 아파트는 분양가는 평균 분양가 대비 2배 넘게 비싼 곳도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평당 분양가는 7100만원에 이른다.

◇“분양가 상승 더 이어질 것”

비싼 분양가에 그나마 가격대가 10억원 이하인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건설사 역시 좁은 평수라도 인테리어 경쟁력을 키우는 등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이다. 롯데건설의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일반분양으로 173가구를 분양하는데 59㎡타입은 거실과 주방, 3개의 방으로 구성했다.

권영선 주산연 연구위원은 “자잿값, 인건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의 연이은 상승에 이어 내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에 따라 정부 규제 발 공사비 상승 압력이 가중돼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계속되는 건축비 상승과 강화되는 건축기준 때문에 아파트 원가 상승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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