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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주택정책 기조와 과제’ 토론회에서 “국내 주택 시장에서 정책 틀을 왜곡시킨 근본적인 근간은 다주택자를 어떻게 다루냐의 문제”라며 “긍정적인 역할을 무시하는 구도 속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가 거주율을 높이겠다는 게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가장 큰 목표”라며 “아이러니하게도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 자가 거주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주택자 규제가 본격화했지만 자가 거주율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되레 떨어졌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서울 지역 자가 거주율은 42.9%였지만 지난해엔 42.2%로 하락했다.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임대해주는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 규제는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주택자에게 취득·보유·양도세를 중과하는 현행 세제에서 3주택자가 매년 집값의 2%를 보유세를 내야 한다면 10년 동안 집값이 4.7배 올라야 세금 부담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분석이다. 이런 수익 구조는 매달 고정 임대료를 받는 월세 임대인보다 자본 차익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전세 임대인에게 더 치명적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전세의 월세화 우려가 제기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월세 주택이 늘어나면 그만큼 다주택 임대인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넘기기 쉬워진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따른 (세입자로의) 전가 문제가 월세에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주택자 과세 강화 방안을 제시한 지난해 7·10 대책 이후 1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 월세가 각각 8%, 12% 상승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590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돼야…민간 역할 확대 필요”
이날 토론회에선 주택 공급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 공급 확대를 계속 노력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주택 재고량 감소가 가격 불안을 야기하지 않았나”라면서 적극적인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OECD 수준 주택 보급량(인구 1000명당 462가구·한국은 1000명당 411가구)과 주택 노후화, 최저 주거 수준 미달 주택 등을 고려하면 590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돼야 한다고 봤다.
특히 주택 시장을 좌우하는 서울에선 내년부터 공급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0년 간 서울에선 연평균 아파트 4만가구(입주 기준)가 공급됐는데 올해부터 2023년까지는 한 해 2만~3만가구 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서울 주택 공급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불안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공 주도만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해결할 수 없다”며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고 과도한 개발 이익을 확대하되 미래 사업 주역으로서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분양가 규제 완화, 민간주택 인·허가 제도 간소화, 1기 신도시 정비계획 수립, 지속 가능한 다주택자 관리 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야 대선후보 부동산 정책 멘토로 꼽히는 임재만 세종대 교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경환 서강대 교수(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토론자, 사회자로 참여했다. 임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게 하려면 보유세라도 강화해서 ‘보유세 낼래, 양도세 낼래’하면 (처분해서) 양도세를 내게 만들던가 그러지 못하면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떤 것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향 제시도 있지만 지금은 그 해법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