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모니터로 잘 알려진 한 중소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사는 최근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된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 등 비대면 문화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요·공급 불균형이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에 풀리는 그래픽카드(GPU)는 족족 암호화폐 채굴 업자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문제는 가격보다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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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PC 시장은 기업, 일반 소비자, 교육 기관 전반에 걸쳐 강력한 수요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IDC는 “작년에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올해 1분기로 그대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반해 제한적인 반도체 재고 상황으로 PC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개인 소비자들이 컴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GPU를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상적인 GPU 수요 폭증 상황도 부품 부족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중견 PC 업체 관계자는 “그래픽카드 수급난은 한 제조사만의 일이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가격상승과 부품 부족 문제 모두 달리 해결할 방법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의 회사로부터 물량을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는 2023년까지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현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는 2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 모니터 업체들에서 각광 받고 있는 엔비디아도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공급난의) 문제는 기판과 부품에 있다”며 “4분기에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엔비디아 측은 연말까지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경우 향후 169개 산업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스펜서 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약 20% 가량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를 활용하는 미국 내 169개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컴퓨터 칩은 대체 불가능하다”며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품목의 생산이 비례적으로 감소할 경우 2021년 국내총생산(GDP)가 1%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 GDP에서 반도체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지만,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는 분야를 합하면 비중이 12%에 이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