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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자신의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현씨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치러진 정기고사 총 5회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판사는 “쌍둥이 자매는 4번에 걸쳐 전 과목의 유출된 답을 암기한 다음 이를 참고했고, 그 결과 전 과목에서 실력과 다르게 대폭 향상된 성적을 거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모종의 경로로 쌍둥이 자매가 입수한 이상 모종의 경로는 A씨를 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현씨가 시험지에 대한 결재권한을 가진 점 △정기고사 전 주말 근무를 하고도 이를 근무 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이 판사는 “현씨는 시험지가 보관된 2층 교무실 금고의 비밀 번호를 알고 있었다”며 “교무실 배치도에 의하면 피고인의 자리 뒤쪽에 금고가 있어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금고를 열어 시험지를 확인해볼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쌍둥이 딸들의 의심스런 성적 상승과 행태 등도 유죄 판단의 주된 이유로 삼았다.
이 판사는 △쌍둥이 딸 중 한 명이 시험풀이 없이 물리1 과목을 전교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점 △시험지에 ‘깨알 정답’을 적어둔 점 △쌍둥이 딸 모두 출제 직후 정정된 답안에 대해 정정 전 답안을 정답으로 기재한 점 등을 들어 현씨가 사전에 문제를 두 딸에게 유출했다고 꼬집었다.
이 판사는 “현씨의 행위로 숙명여고의 업무 방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숙명여고뿐 아니라 다른 학교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교육향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지고 교육 업무에 성실히 종사하는 다른 교사들의 사기마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증거 인멸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해 이에 상응하는 무거운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이 판사는 다만 “입시의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시행과정이나 성적처리 절차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번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쌍둥이 딸도 이번 일로 학적을 받기 어렵게 됐고 일상생활도 하지 못하는 등 현씨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현씨 측은 선고 직후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숙명여고 측은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현씨를 파면 조치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재산정한 뒤 퇴학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