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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진압을 총지휘한 조현오(63)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청와대와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았으며 쌍용차 노조에 대한 비판여론 조성을 위해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쌍용자동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 사과와 손배소 취하, 노동쟁의 개입 지침 마련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2009년 8월 4~5일 벌인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과정에 청와대의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경찰 투입을 반대했지만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견 불일치를 보였다”며 “당시 청와대가 경찰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장 봉쇄와 단수, 가스·소화전 차단, 전기차단 조치에 나서는 한편 음식물이나 의약품, 의료진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은 또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헬기를 사용해 쌍용차 노조원에게 총 211차례에 걸쳐 최루액 약 20만ℓ를 살포했다.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로 고농도에서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댓글 공작’이 쌍용차 사태에서 시작됐다는 정황도 나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조 전 청장 지시로 2009년 7월 2일 경찰관 약 50명으로 이뤄진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하고 인터넷 기사·동영상 등에 댓글을 다는 등 쌍용차 파업 관련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이러한 댓글공작을 서울지방청장과 경찰청장 임기 중에도 계속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파업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 취하를 권고했다.
유 위원장은 “쌍용차 사건은 노사 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경찰의 물리력으로 해결하려 한 사건”이라며 “정부가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본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 소속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진상조사위 발표 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 이명박 청와대의 주도하에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 전 대통령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영태·이유일 쌍용차 전 공동대표 및 실무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사태 피해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료됐을 수도 있지만 범죄 행위에 대한 사실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피해 사례를 모아 국가가 자행한 불법 진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의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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