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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을 3조~8조원으로 늘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들에게 차등적으로 새로운 업무와 규제 완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기로 했다.
당장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게 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당근을 내걸고 증권사 몸집 키우기 경쟁을 유도하겠다는데 집중한 만큼 `한국판 골드만삭스 또는 노무라` 육성이라는 당초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증권사에 여·수신 기능 확대…미래에셋-NH-KB 각축전
2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초대형IB 육성안의 핵심은 몸집(=자기자본)을 불려 위험을 감내할 만한 맷집을 키울수록 새로운 업무를 더 많이 허용하고 규제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초대형IB는 그 대가로 기존 보수적인 은행권이 하지 못하는 모험자금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도 “미흡한 자본규모와 고비용 자금조달구조, 수수료 위주의 영업만으로 국내 증권업은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며 “충분한 자본력을 토대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IB 본연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자금조달와 운용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우선 4조원 이상 종투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열어줬다. 만기 1년 이내 어음(발행어음)을 발행해 여러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이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대상에서도 빼줄 계획이다. 또 8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는 수신기능이나 다름없는 종합금융투자계좌를 허용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지급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로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를 만들어준 셈. 다만 은행상품과 달리 예금자보호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4조원 이상 종투사는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6.7조), NH투자증권(4.5조) 두 곳이며 KB증권+현대증권(3.8조)과 삼성증권(3.4조), 한국투자증권(3.2조) 등도 인수합병(M&A)이나 증자 등을 통해 언제든 합류 가능하다.
그동안 운용 효율성을 가로막았던 규제도 완화했다.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고 만기가 긴 자금공급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별도의 순자본비율체계(NCR-Ⅱ)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외국환업무, 정책금융기관과의 국부펀드 협력 강화 등도 이번 방안에 포함됐다.
금투업계 “합리적 방안 환영…일부 혜택은 실효성 의문”
초대형 IB 육성안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초 5조원 이상 등 높은 자기자본 기준을 적용해 특정 증권사에 혜택을 몰아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3조~8조원으로 나눠 단계적 혜택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혜택을 보는 증권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그동안 증권업계가 고대하며 기다려온 조치로 크게 환영한다”며 “IB에 대한 진일보한 체계와 인센티브를 제시해 그동안 잠자던 업계의 야성적 충동과 무한경쟁을 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정부가 업계에 해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며 “특히 4조원 기준은 유효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업계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금조달 통로를 넓혀주는 한편 업무영역을 다양화해주고 신용공여를 확대해주는 등 자금과 조달 양측에서 모두 합리적인 방안들이 나왔다”며 “IB로서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로 차근차근 도약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혜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합금융투자계좌나 발행어음에서 예금자 보호가 빠진 대목은 투자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특히 8조원 이상 종투사에게만 수신기능을 허용하면서 예금자 보호 적용을 배제한 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당국 정책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초대형 IB를 키운다는 목표보다는 그저 증권사간 M&A를 유도해 몸집을 키우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며 “그나마도 자기자본을 늘리는데 주어진 혜택이 예상보다 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도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IB 등장을 목표로 지속적인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며 아직은 그 중간단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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