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한국은행이 29일 오전 11시15분 예정에 없던 기자설명회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날 낮 12시로 보도가 예정된 ‘8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보도자료에 대한 관련 백브리핑으로 시간도 자료를 미리 배포한 후 한참이 지나서다.
이 자료는 한은이 매월 발표하는 자료인데다 지난달 한은이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예금은행의 수신 및 대출금리 모두 역대 최저행진을 지속할 것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7월달에도 이미 이들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보인바 있기 때문이다.
특별할게 없어 보였던 자료에 갑작스런 기자설명회를 한다고 하니 설명회 자리는 출입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혹시 모르는 중대발표(?)가 있나하는 궁금증에서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기자설명회는 맥없이 끝났다. 담당 팀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에 반해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렸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는 6~7월에 혼합형 고정금리대출 특판이 마무리된데다 일부 은행에서 주택금융공사 고정금리 적격대출 취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끝냈다. 결국 특수 사정 때문에 일부은행에서 대출금리가 올랐을뿐 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설명회를 자처한 것인지 의문이다. 통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출금리보다는 예금금리 하락폭이 크다는게 정설인데다 한은에서도 과거 관련 보고서를 한두차례 내놓은바 있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가산금리 요인도 있는데 한은측 설명대로 이번의 경우 특수사정 때문만이었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기자도 그렇잖아도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몇몇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왜 한은이 일부 은행을 변호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한은측은 이런 질문에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한은이 일부 은행을 변호하려 설명회를 자처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떠밀리듯 기준금리를 인하해 놓고 효과가 없다고 하는 지적에 부담감을 느꼈을지 모른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어설픈 설명회로 일부 은행만 변호한 꼴이 되면서 뒷맛만 씁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