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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vs 통신사 '700메가 헤르츠' 설전..왜?

김현아 기자I 2014.07.31 16:42:51

통신사 반발, 지상파 환영, 미래부 난감
국가재산 주파수, 국민 위해 써야
UHD가 공익?..글로벌 추세와도 동떨어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신사들이 공개적으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7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 통신용 원점 재검토’ 발언에 유감 성명을 냈다. 통신 같은 규제 업종에서 정부 수장을 향해 발언의 부적절성을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방통위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라는 이름으로 통신사에 수백·수천억 원의 과징금과 수십 일의 영업정지 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파수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최 위원장이 “개인적인 희망 사항”이라고 밝혔음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700MHz 주파수 통신용 재검토’를 주장해 왔던 SBS(034120) 등 지상파방송사들은 최 위원장의 발언을 지지하고, 정책 동반자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최 위원장 발언을 부담스러워 한다.

◇통신사 반발, 지상파 환영, 미래부 난감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방송계와 통신계의 700MHz 주파수 확보 다툼이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1월과 2013년 12월 700㎒ 대역의 40㎒ 폭은 시급성 있는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최 위원장 발언 이후 혼란이 크다.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회장 황창규)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예측가능성 △국제적인 주파수 활용 추세(국제적 조화를 통한 관련 산업의 해외 진출) 등을 고려했을 때 정해진 700MHz 통신용 주파수를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태지역과 국내 700MHz 활용 현황(출처: 14.4.7 통신학회 700㎒ 관련 세미나)
미래부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강성주 정보화전략국장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하나의 희망을 말씀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로부터 모바일광개토플랜으로 결정된 (통신용) 주파수에 대해 다시 검토하자는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 MBC, KBS 등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700MHz 대역 전체를 공공안전 대역으로 하자면서, 기존 통신용으로 결정된 것(40MHz)뿐 아니라, 재난망 이후 남는 주파수(48MHz)까지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한 대역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UHD도 공익이니 남는 주파수 모두 지상파에 달라는 주장이다.

◇국가재산 주파수, 국민 위해 써야…전임 방통위원들과 달라

주파수는 국가가 가진 자산이자, 통신과 방송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재료다. 맥주(통신·방송 서비스)의 본질인 물(주파수)과 비유된다.

그래서 지난 29일 첫 상견례 오찬을 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국민 입장에서 도움이 되도록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자”라고 합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데 필요한 국가재난망 수요를 제외하고 남는 700MHz 주파수를 어디에 쓰는 게 옳을까.

보급형 UHD TV조차 420만(55형)~640만 원(65형)에 달하는 UHD가 무료보편서비스인가 하는 점, 케이블이나 IPTV 가입 없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가구가 10%도 안 된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UHD용으로 분배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 UHD가 무조건 공익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방송보기의 대중화로 지상파 콘텐츠들이 무선망을 타고 전송되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인한 통신 트래픽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전임 방통위원들은 최성준 위원장과 다른 입장을 밝혀왔다.

이경재 전임 방통위원장은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상파에선 우리가 아무 일도 안 한다지만 (UHD) 주파수는 지금 논의할 건더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충식 부위원장도 “일본이나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UHD TV 방송용으로 배분한 사례가 없어 신중하다”고 했다.

◇각국 700MHz 분배 동향은

▲12.6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700㎒대역을 FDD방식의 통신용도로 NTT-Docomo, E-Access, KDDI 社에 할당.


▲700㎒대역에서 34㎒폭은 공공안전용, 70㎒폭은 AT&T와 버라이즌 社에 FDD방식의 통신용도로 할당
▲ 1차 디지털전환 대역(DD1)인 800㎒를 FDD 방식 통신용으로 할당했고, 2차 디지털전환 대역(DD2)인 700㎒도 FDD방식 통신용도로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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