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능 영어 쉽게 출제”···교원단체 “실효 의문”

신하영 기자I 2014.02.13 17:56:15

사교육비 낮추려 “난이도 높은 문제 줄여서 출제”
교총 “점수 위주의 입시 개선 등 근본 대책 필요”
문·이과 통합 맞춰 교과별 교과서 검·인·국정 검토
전교조 “교과서 통제할수록 교육역사 퇴행” 비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영어 사교육비 완화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문·이과 통합 과정 개발에 맞춰 교과서 발행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쉬운 수능으로 사교육비 부담 완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13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소재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 업무보고’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사교육비 규모는 19조원이다. 이 가운데 영어 사교육비가 6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4%나 된다. 교육부는 이처럼 가계에 부담을 주는 영어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 영어문제를 쉽게 출제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수능 영어가 선택형 시험으로 치러졌다. 난이도가 어려운 ‘B형’ 시험 문제는 △영어Ⅱ △영어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에서 출제됐다. 그러나 올해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이런 선택형 시험이 폐지되고, 문제도 심화과목이 아닌 일반과목 ‘영어Ⅰ’과 ‘영어Ⅱ’에서 출제된다. 정답률이 낮은 ‘빈칸추론 문제’도 기존 7문항에서 4문항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단순히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고 사교육 부담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교육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을 꼽는다면 대학은 고교를, 고교는 중학교를 ‘점수 중심의 선발경쟁’으로 종속시키는 데 있다”며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입시전형에 대한 전향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교과서 발행체제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문·이과 통합과정 개발과 연계해 한국사를 포함한 모든 교과목의 발행 체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현재 국가가 직접 편찬하는 국정 교과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의 모든 교과와 3∼6학년 국어·수학·사회·과학·도덕 교과 등 주로 저학년에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 3∼6학년 영어·미술·체육·음악 교과와 중·고교 국어·도덕·사회(한국사 포함) 교과서는 국가 검정심사를 통과한 민간 교재다. 중·고교에서는 국어·사회·도덕 교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과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고 시·도교육감 승인을 받는 인정 체제로 발행된다.

앞서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13일 당정협의를 열어 오는 6월 말까지 현행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새로 만들어지는 문·이과 통합과정에 맞게 한국사를 포함, 모든 교과목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새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내년 9월까지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고시될 것이며, 이보다 2개월 전에는 이에 맞춘 교과서 집필·검정기준이 고시돼야 교과서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대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과서업체 관계자는 “국가가 교과서에 대한 통제 권한을 더욱 넓히려는 의도”라며 “앞으로 새로 편찬되는 교과서를 대거 국정화할 경우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획일화된 교육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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