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타트업 3년 생존율 절반… 연구개발비 정부 의존 전산업 평균 4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내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생존 기반이 심각하게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혁신의 최전선에서 국가 AI 경쟁력을 견인해야 할 스타트업들이 낮은 생존율과 높은 외부 의존 구조에 갇혀, 초거대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집단별 생존율(2023년 기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8일 발표한 ‘국내 AI스타트업 R&D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AI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생태계 전반을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은 56.2%로, AI일반기업(72.7%)은 물론 전산업 평균(68.8%)에도 미치지 못했다. 초기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데다 자생적 성장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연구개발비 구조에서도 취약성이 드러났다. AI스타트업의 연구개발비 중 정부재원 비중은 22.9%로 전산업 평균 5.7%의 네 배에 달한다.

<연도별 기업 연구개발비 중 정부재원 비중>

<연도별 외부 민간재원 중 기업으로부터 유입되는 연구개발비 비중>

외부 민간재원 중 기업으로부터 유입되는 연구개발비 비중도 3.6%에 이르러 전산업 평균 0.6%의 여섯 배 수준을 보였다. 정부출연금과 민간 외부자금이 사실상 AI스타트업의 주요 연구개발 재원이 되고 있는 실정이며, 기술 난이도가 높고 시장 불확실성이 큰 AI 산업의 특성과 비교할 때 스타트업 내부의 자금 운용 여력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의지 자체는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3년간 이들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15.4%씩 증가했으며, 종사자 수 대비 연구원 비율은 35.8%로 전산업 평균 13.7%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나 실제 연구개발비 규모는 2023년 기준 평균 5.9억원으로 전산업 평균 16.4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연구 인력은 많지만 투자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술 고도화와 성장 과정에서 영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별-기업집단별 기업분포현황>

지역 편중 문제도 확인됐다. AI일반기업의 82%, AI스타트업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비AI기업군보다 15~20%포인트 높은 편중도를 보였다.

수도권에 산업 역량이 집중되면서 지역 간 AI기술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장기적으로 국가 혁신 생태계의 균형적 성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기술진흥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AI스타트업을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주체로 규정하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 불확실성을 완화할 R&D 지원 강화, 민간투자 연계 프로그램 확충, 인재·기술·시장 간 유기적 생태계 구축 등이 핵심 대안으로 제시됐다.

협회는 AI 주도권 확보가 글로벌 경쟁의 핵심이며 AI스타트업의 생존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 생태계 정비에 나설 경우, 국내 AI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