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건설 품질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적정한 비용을 줘야 하지만 저가 수주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인건비가 낮은 퇴직자나 경력이 부족한 인력이 감리로 많이 온다. 행정업무나 시공을 담당했던 퇴직자가 감리단장으로 오거나 도면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감리로 오는 예도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출신이 감리업계 전관으로 오는 폐해에 대한 사례라며 무분별한 전관 모시기 경쟁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구조 감리는 현장 감리자가 시방서(명세서)와 현장 시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사례가 현장에 만연해있다고 꼬집었다. 당장 내가 사는 아파트가 이런 부실한 감리로 지어졌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스위트 홈’이 되도 모자랄 판에 철근을 빼먹고 강도가 약한 시멘트가 흘러내린다니 불안함에 밤잠을 못 이룰 정도다.
취재 중에 접한 엘피아(LH와 마피아 합성어)의 전관예우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예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의 감리를 맡았던 M종합건축사사무소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주요 임원으로 LH 출신은 물론 지자체 주택관련 고위 공무원 출신, 법무부 출신, 군 출신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전관 라인업을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소개했다. 감리는 설계 시공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안전판 역할이다. 철근 누락 사태로 LH를 둘러싼 이권 카르텔의 비판이 커지면서 전관예우가 가져온 엉터리 감리의 부실공사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계 4대 건설강국’을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부실이 이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 공사는 살인에 이르는 범죄와 마찬가지다. 인허가 비리, 입찰 담합, 전관 특혜 등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고 단가 후려치기, 불법 하도급 등의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LH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번 기회에 부실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