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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갈등 끝에 이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실혼 파기와 재산 분할을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조정 신청을 낸 상태에서 B씨는 훼손되기 이전의 샤넬 가방 사진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렸다. 이 게시물을 발견한 A씨는 B씨가 자신 소유의 물건들을 마음대로 처분할 것을 우려해 처분 및 점유이전금지 신청도 진행했다.
다툼 2개월여 만인 6월 법원이 이들의 조정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사실혼 관계는 해소됐다. 아울러 문제의 샤넬 가방을 포함해 A씨가 소유했던 세탁기와 건조기 등 가전 일체와 집기류 등을 가져가는 내용의 재산분할에도 합의했다.
이들의 관계는 정리됐지만, 망가진 샤넬 가방은 다시 분쟁의 도마 위에 올랐다. A씨는 B씨가 조정 신청과 재산분할 이전에 가방을 망가뜨렸다며,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이에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이 선고됐다.
A씨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도 청구했다. 그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원과 망가진 가방의 중고 최저가인 1149만원을 기준으로 합계 약 215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소성 있는 명품은 중고가가 구매 당시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측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박연주)는 B씨가 고의적으로 가방을 망가뜨려, 손해배상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구입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훼손 당시 가방의 가격을 측정하기 어렵고, 감정이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구입 당시 가격과 중고 시세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사용으로 인한 감가상각을 하는 대신 최초 구입 가격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 위자료 청구와 관련, “정신적 손해와 관련해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5일 B씨에게 가방 가격 549만원, 연 5%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고, 판결일 이후에는 연이자 12%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