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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지갑, 배고픈 점심'…편의점 도시락 저가 경쟁 가열

정병묵 기자I 2023.02.27 16:35:58

이마트24, 3900원짜리 반찬 6개 도시락 출시
최근 GS25·CU도 3000원대 도시락 선보여
지난해 외식물가 상승으로 저가 상품 재유행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편의점이 외식물가 급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3000원대 저가 도시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순 가격인하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다양한 반찬으로 구색을 맞춰 ‘극가성비’를 맞춘 제품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3900원짜리 ‘39도시락’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이마트24)
‘이마트24’는 27일 6찬으로 구성된 ‘39도시락’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쏘야(소시지 야채)볶음’을 비롯해 △감자채볶음 △마늘쫑볶음 등으로 식감을 살리고 △미니돈까스 △해물완자 △야채고로케 △볶음김치를 더했다.제품 가격은 3900원이다. 이마트24는 각 제조공장에서 인기 도시락에 포함되는 반찬들을 1~2종씩 선별해 대량 제조한 후 6개 반찬을 구성해 단가를 낮췄다. 함께 선보인 ‘42도시락’은 4200원에 반찬을 더 담았다.

앞서 지난 15일 GS25는 배우 김혜자 씨를 모델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3900원)’은 제육볶음을 메인 반찬으로 흑미를 섞어 지은 밥을 통해 집밥의 느낌을 살렸다.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얹었으며 ‘볶음김치, 어묵볶음, 떡갈비’ 반찬을 곁들여 ‘가격보다 푸짐하다’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한 ‘혜자로운’ 도시락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CU도 최근 ‘놀라운 가격’ 덮밥 시리즈 4종(3500~3900원)을 내놓았다. 작년 10월 출시한 덮밥 2종에 제품군을 확대·재출시한 것으로 당시 ‘한 끼 3000원’이라는 가격으로 학생 및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출시 직후 단품 도시락에서 각각 판매량 2,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께부터 본격 태동한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작년까지 ‘프리미엄화’ 트렌드를 이어갔다. 소고기를 필두로 다양한 반찬을 내세워 백반 한 그릇 가격에 육박하는 7000원짜리 제품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3000원대 제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외식 주요 8개 메뉴(김밥·칼국수·자장면·삼계탕·삼겹살·김치찌개 백반·비빔밥·냉면) 가격은 전월(2022년 12월) 대비 평균 0.5% 증가하며 새해에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품목은 대표 서민 메뉴 김밥(2928원)으로 전달보다 1.0% 올랐다. 서울·울산(3100원)을 비롯해 경기·경북·제주 등에서는 이미 김밥 한 줄 가격이 3000원대를 돌파한 상태다.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신학기를 맞는 학생들과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23일까지 이마트24 도시락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권별 매출은 ‘오피스’(47%)가 가장 많이 늘었으며 △학원가(29%) △독신주택가(20%) 또한 상승폭이 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과 독신 가구를 중심으로 가성비 도시락을 찾는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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