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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들에 체포된 채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하느냐’, ‘대북송금을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납의혹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과 연락을 주고 받았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저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왜 그분이 제 변호사비를 냈으며 (돈을) 받은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그럼 그 사람을 잡아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실제 대면 여부와는 별개로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이 대표 변호인단 일부가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나 감사로 선임된 점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진행한 대북 사업에 쌍방울이 관여하고 불법 대북 송금까지 이뤄진 점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거액을 받은 점 △대장동 핵심인물 김만배씨가 쌍방울과도 얽혀있는 점 등이 이러한 의혹을 더한다.
특히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이날 열린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뇌물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다 가까운 관계였던 게 맞나”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며 “이재명 지사님의 경우 회사 내에서 김성태 회장님이 경기지사님하고 가깝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답했다. ‘얼굴도 본 적 없다’던 이 대표 측 해명을 뒤집는 증언이다.
지난 2018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 대표는 당시 변호사비로 2억5000만원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에 고위 전관이 포진한 것 치고는 수임료가 지나치게 적어 실제 수임료를 놓고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던 중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 측 변호사가 3년 후에 팔 수 있는 쌍방울(102280)그룹 전환사채 2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흐름을 다수 포착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대표가 우회적으로 이익을 챙긴 부분을 지목한 측면은 대장동 의혹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신은 돈 받은 적이 없다는 이 대표의 해명은 문제의 핵심을 흐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핵심은 측근의 부정행위가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이득이 됐고, 이를 이 대표가 계획하거나 인지했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檢 ‘야당대표 소환’ 강수…대장동 ‘개입·인지’ 포착했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이 대표에게 오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내부 비밀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했거나 묵인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펼쳐왔다. 당시 이 대표는 공모지침서 등 주요 서류를 결재하고 중요사항을 직접 보고받는 최종 결재권자였던 만큼 사업의 ‘검은 배경’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거론된 ‘그분’의 정체다. 대장동 의혹 핵심인물인 김만배 씨는 사업 당시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적 있으며,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사업 지분 구조를 짤 때부터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몫을 몰래 떼어 놨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가 ‘정치적 동지’, ‘최측근’으로 공인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달 앞두고 뇌물이 전달된 점에 비춰 해당 자금은 이 대표 선거운동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은 현재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는 ‘아랫선의 일탈’이며 자신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제1 야당대표 소환’ 강수를 둔 것은 이 대표의 위법행위 개입·인지 여부를 입증할 자신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