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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번 참사에서 총경급 경찰 간부들의 직무 태만과 지휘 부실, 보고 지연 등을 감찰을 통해 확인했다. 참사 발생 4시간가량 11건의 ‘압사’ 위험과 통제 요청 신고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긴급한 상황을 지휘해야 할 현장 책임자들이 태만해 수뇌부에 늑장보고로 이어졌단 것이다. 경찰의 기강해이와 무사안일주의로 대형 참사가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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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경은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를 지연한 사실이 감찰에서 확인됐다. 참사 당일 이 총경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경비 관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집회 관리와 대통령실 경비에 집중하느라 참사 상황을 간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청은 “사고 당일 용산경찰서 관할인 삼각지 인근에서 열린 집회를 포함해 서울지역에서 개최된 모든 집회는 오후 8시30분경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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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현장을 책임졌던 경찰 간부들의 늑장보고 탓에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2시간 가까이 상황 파악조차 못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커졌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 총경으로부터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11시36분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인지했다. 윤 청장은 참사 발생 후 1시간59분이 지난 이튿날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파악했다.
경찰청은 이러한 책임을 물어 류 총경을 대기 발령하고 후임에 백남익 총경을 발령했다. 전날에는 이 총경을 대기 발령하고 후임에 임현규 총경을 전보했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청장과 14만 규모 경찰 수장인 윤희근 청장에 대한 감찰도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별감찰팀은 김 청장을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필요 시에는 수사 의뢰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감찰팀의 수사 의뢰 등으로 특수본의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수사 결과 심각한 업무 태만이 확인되면 책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혹은 직무유기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