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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 기다려 가입했죠”…청년희망적금, 앱 먹통에 창구도 '북적'(종합)

황병서 기자I 2022.02.21 16:19:59

KB·농협은행, 서비스 초기 지연
은행 창구 “젊은 고객들 이례적”
미리보기 조회에만 200만건 육박
수요폭발에 당국 예산 증액 가능성
금융위 "한도 관계없이 신청받아라" 지침

21일 오전 청년희망적금 가입 첫날 서울 양천구 소재 A은행 모습. 패딩 차림의 젊은 고객들이 눈에 띈다. (사진=황병서 기자)
[이데일리 황병서 김정현 기자] 은행 지점 창구 문이 열리기도 전인 21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양천구 소재 A 은행 앞에는 월요일 아침부터 청년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며 은행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패딩 차림으로 대열에 합류한 문현진씨(가명)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려고 은행에 왔다”면서 “앱으로 할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앱 서비스가 지연될까봐 마음 편하게 창구로 왔다”고 말했다. 지점 창구 키오스크 옆에서 고객들 업무 안내를 도와주는 A 은행 관계자는 “지점 창구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만 우루루 몰려왔다”면서 “청년들이 창구에 이렇게 북적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1일 청년희망적금 가입 첫날 서울 양천구 소재 A은행 모습. 검은색 패딩 차림 등 젊은 고객들이 눈에 띈다.(사진=황병서 기자)
“문 연 지 30분, 청년 10명 넘게 가입하러”…90분 넘게 기다려 가입도

연 10%대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오늘부터 출시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대면 창구에서도 청년들의 가입 신청이 잇따르면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금융당국은 출생년도에 따른 5부제를 이 주에 시행하며 서비스 지연 등의 상황을 막으려 했지만, 이 같은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이데일리가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의 시중은행 5곳(신한·KB국민·하나·우리)을 돌아다닌 결과 창구에서도 청년들의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이 잇따랐다.

A 은행을 찾은 고객 홍채민 씨(가명)는 “9시40분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11시가 다 돼서야 가입을 마칠 수 있었다”며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렸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런 상품이 없을 것 같아 참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홍 씨는 “보통 고금리라고 해서 찾아보면 한도가 20만원 정도여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50만원 씩 2년간 연 10% 금리라는 말에 은행을 찾았다”고 부연했다.

인근 B은행을 찾은 고객 김기범 씨(가명)는 “아침에 금융 앱이 먹통이 돼서 지점에서 가입하러 왔다”면서 “조기 소진 이야기도 있고 해서 오늘 가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오늘 오전 은행 앱 서비스가 지연되자 은행을 직접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오전 11시 20분)도 5~6명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NH농협은행 모바일 앱 접속 지연 안내문. (사진= 각 은행 앱 화면 캡처)
은행 앱 먹통될 정도로 수요폭발…금융위, 증액 가능성

이 같은 열기는 은행들 앱으로도 이어졌다. 청년희망적금 상품 가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날 오전 길게는 약 3시간 동안 일부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앱에서 접속 지연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에서는 로그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KB국민은행 측은 공지를 통해 “청년희망적금 신규 관련 접속 증가로 일시적으로 KB스타뱅킹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청년희망적금 가입’ 메뉴 이용자도 오전 9시 30분 이후 한동안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협은행도 공지를 통해 “전산시스템 사정으로 서비스가 불가하오니 잠시 후 다시 이용하시거나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고객행복센터를 통해 문의해달라”고 안내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예상 이상으로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자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축장려금, 비과세 혜택 등을 지원하는 해당 적금이 사실상 일반 과세형 적금 상품 기준으로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미리보기 단계에서부터 과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까지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청년희망적금 가입 가능여부를 확인하려고 미리보기를 신청한 건수는 150만 건을 훌쩍 넘어 200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해 청년희망적금 사업예산은 456억원으로, 가입자들이 모두 월 납입 한도액(50만원)으로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38만 명만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선착순 조기 마감 가능성이 거론됐고 결국 첫날부터 가입 신청 폭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사실상 가입자 수 확대를 위한 예산 증액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전 금융당국은 청년희망적금을 판매하는 일선 은행에 적금을 신청하는 고객이 나이 및 급여 등 조건을 충족하는 한, 예산 한도와 관계없이 신청을 모두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은행들은 적금을 판매하기 전에 △해당 은행에서 총 몇 좌까지 적금을 신청받을 수 있는지 △21~25일 출생연도별 5부제 가입방식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하루에 몇좌까지 판매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지 말고 일단 신청을 받으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지급하는 저축장려금이 핵심인 만큼, 예산 증액을 통해 가입자 수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청년희망적금 미리보기’ 운영 결과, 당초보다 가입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획재정부와 운영방향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소재 A은행의 창구 문이 열리자 검은색 패딩 차림의 젊은 청년들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서울 양천구 소재 A은행 오전 창구 문이 열리기 전 모습.(사진=황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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