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시한 넘긴 노조전임자 타임오프…`공익위원의 시간` 오나

최정훈 기자I 2022.02.03 16:40:57

노조전임자 확대 논의, 경사노위 근면위 의결시한 넘겨
재계 "큰 기업 한도 축소" vs 노동계 "노동환경 고려 확대"
의견 차 팽팽…9일 추가 회의 열고 노사 간 합의 재시도
노사 요구안 간극 줄일 공익위원 중재안 제출 가능성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노동조합 유급 전임자를 얼마나 둘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결정이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미뤄졌다.

노동 환경을 고려해 타임오프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와 큰 기업들 위주로 타임오프 한도를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경영계 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앞에서 “현장 인력충원, 노동조건 개선, 국가방역시스템 전면개편” 등을 촉구하는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제1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은 타임오프 한도 조정을 위한 근면위 의결 시한이지만 노사 간 의견 차이로 의결하지 못했다.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는 노조 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유급 노조활동 시간제한제 또는 타임오프제라 부르기도 한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이번 근면위는 지난해 11월30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심의요청을 하면서 60일 동안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날 의결 시한을 맞이했다.

지난 2013년 2기 근면위가 결정해 현재 적용되고 있는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10개 구간 2000~3만6000시간으로 나뉘어 있다. 또 2개 이상 지역에 걸쳐 분포한 전국규모 사업장에 가중치를 10~30%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한도 내에서 사업장 규모와 지역에 따라 노사가 합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가 활용할 수 있는 타임오프를 설정한다.

이날 의결 시한 도래에도 노사는 타임오프 한도 조정을 위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각자 타임오프 한도 조정 요구안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타임오프제도 도입 취지가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활동 유지’에 있는 만큼 재정자립 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노조를 대상으로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타임오프 한도 구간을 통합해 타임오프 한도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요구안 제출 이후 일부 요구 내용을 철회·축소 조정한 1차와 2차 수정안을 각자 제시했다 노동계는 기존 10개 구간을 유지하지만 지역별 가중치와 교대제, 상급단체 파견 등의 한도 확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경영계는 초기업 단위 노조 산하 조직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20% 축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10% 축소로 조정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반대를 피력했다.

한편 노사 요구안 제시에 앞서 근면위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약으로 정한 타임오프 한도 중에서 노조의 노조 활동시간으로 사용한 시간은 약 21~24% 수준이었다. 실제 노조전임자가 활용할 수 있는 한도에 5분의 1가량만 노사협의나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노조 활동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 실태조사 결과(조사 구간별 노조 활동시간 평균-노측 응답)(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실태조사 결과와 심의를 두고 노사는 장외 신경전도 팽팽하게 벌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문성현 위원장을 만나 “경영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실태조사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연합단체 파견 활동에 대한 추가 한도 부여 요구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로 우리 경영계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경총이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인 근면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전 노조활동 실태조사에서도 법에 예시된 교섭, 협의, 산안활동 등의 시간은 고시 한도의 25-30% 내외로 조사됐다. 제1기 근면위, 제2기 근면위에서 이러한 조사결과를 이유로 고시 한도는 축소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의결일을 넘긴 근면위는 오는 9일 회의를 열고 노사 간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근면위 위원 15명 중 5명인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우선 한 차례 회의를 더 열고 노사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공익위원 중재안에 대한 얘기도 오갔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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