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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총장은 ‘미완의 청문회’ 탓에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여당 단독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열린 김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 마찰로 파행됐다. 야당은 김 총장 임명에 반대하면서 청문회를 다시 열 것을 주장했지만, 여당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문회 파행으로 김 총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었던 ‘정치적 중립성’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내리 보좌했다는 점과 당시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성에 적극 동참했다는 이유로 ‘친(親)정권’ 인사라는 평가가 줄곧 따라다녔다.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첫 시험대는 검찰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검찰과 법무부는 인사 문제로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파적인 인사가 줄곧 단행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따랐다. 대표적으로 친정권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현 정권 들어 검찰 핵심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법무부는 지난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하면서 다음달 초로 검사장급 인사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본격적인 인사 전 신임 총장과 구체적인 인사안을 두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할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 총장은 최근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 지검장의 거취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조직 개편안에 대한 김 총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김 총장의 두 번째 시험대로 꼽힌다. 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 부서만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직접 수사가 가능하고, 일반 형사부는 해당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를 위해선 총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마저 제한되는 것으로, 중앙지검을 비롯한 일선청은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검찰 개혁 마무리, 정권 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유지, 공소권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갈등 해결, 검찰 조직 껴안기 등도 김 총장에게 부여된 숙제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임명된 총장을 또다시 바꾸는 것은 굉장한 정치적 부담이 되므로 쉽지 않다”며 “김 총장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갖고 총장직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검찰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면서, 인사와 법 집행을 공정하게 한다면 김 총장은 금방 내부적인 리더십을 인정받을 것”이라며 “물론 앞으로 갈 길은 매우 좁고 험해 보이나, 총장이 된 이상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어려움을 잘 돌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